‘2015 MBC 연기대상’이 30일 성대하게 치러지며 올 한 해를 빛낸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았다. 드레스와 수트를 차려입은 배우들의 자태는 겨울밤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고, 시상-수상을 번갈아가며 빚어낸 MC 신동엽과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이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줬다.
그러나 시상식 관련 제작진 및 고위 관계자들의 연이은 백태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두고두고 보기 좋았던 세 장면과 정말 보고 싫지 않았던 세 장면을 뽑아봤다.
#1. 지성, 황정음·박서준 축하 포옹 ‘Good’
쟁쟁한 대상 후보로 떠올랐던 배우 지성과 황정음이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며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미소를 안겼다. 이날 시상자들이 대상 수상자로 지성을 호명하자, 황정음은 앉은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 지성에게 “축하 한다”고 인사하며 진심으로 수상을 축하해줬다. 이어 지성과 베스트 커플상을 받은 박서준 역시 선배 지성을 포옹하며 대상 수상을 축하했다. ‘킬미 힐미’에서 호흡을 맞춘 세 배우의 의리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2. 박나래의 패러디 연기 ‘Good’
박나래는 올 한 해를 빛낸 대세 개그우먼답게 ‘연기대상’ 시상식도 화려하게 수놓았다. 지루할 수 있는 순간에 시의 적절하게 등장해 개그를 펼친 것이다. 덕분에 전날(30일) 열린 ‘연예대상’ 못지않게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박나래는 올해 MBC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로 분해 연기력을 과시했다. ‘화정’ 속 차승원으로 변신, 광해의 카리스마를 드러냈고 ‘킬미 힐미’ 속 지성이 연기한 신세기로서 옴므파탈의 매력을 과시해 웃음을 안겼다. 그 가운데 ‘내 딸 금사월’에서 전인화를 패러디 해 출산하는 장면은 가히 역대급 콩트였다.
#3. 아들을 위한 박영규의 연가(戀歌) ‘Good’
배우 박영규가 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후에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위한 사랑의 노래를 불렀다. 그는 ‘MBC 연기대상’에서 주말드라마 ‘엄마’로 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수상 직후 유쾌하고 호기롭게 수상소감을 전하며 “하늘로 먼저 떠난 아들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아들 보라고 반짝거리는 옷도 입고 왔는데 이대로 내려갈 수 없다. 노래 한 곡 하겠다”고 말하며 흥겹게 노래를 불러 감동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무대 아래 앉아 있던 배우들의 감동 섞인 박수가 터져나왔다.
#1.수상 소감 도중 흘러나온 음악 ‘Bad’
하루 전 논란이 일었던 3분 수상소감이 연기대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예대상보다는 클래식한 음악이 나와 퇴장곡으로 쓰일 법했지만, 할 말이 남은 배우들은 3분이 넘어가면 민망스러워하며 소감을 이어가야만 했다. 시간이 부족한 생방송의 압박 상 서둘러 시상하고, 수상하는 배우들도 헐레벌떡 받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어김없이 발생했다. 생각해보면 이 같은 수상 소감 압박은 매년 방송사 시상식마다 벌어지는 일이어서 안타깝다.
#2.끝도 이어지는 쪼개기 수상 ‘Bad’
올해 역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시상-수상 릴레이가 이어졌다. MBC는 공동 수상 비난을 피하기 위해 벌써 수년째 드라마 연기상 부문을 특별기획, 연속극, 미니시리즈 부문으로 나눠서 수상하고 있다. 신인상 6명, 우수상 6명, 최우수상 6명이 나오는 구조다. 올해는 또 베스트 조연상을 신설해 여기에 6명의 수상자가 늘어났다. 공동 수상이 없어지는 대신에 부문 쪼개기를 한 것이다. 참으로 창조적이다. 결국 공동 수상인 듯 공동 수상이 아닌 듯 애매한 물타기 작전이 펼쳐진 훈훈한(?) 시상식이 됐다. 상을 남발하다보니 수상자들은 수상 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3. 10대 스타상은 도대체 무엇? ‘Bad’
올해 MBC는 10대 스타상이라는 해괴한 상명을 만들어 10명의 배우들에게 상을 퍼부었다.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지 못한 배우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인공은 김성령, 차승원, 박서준, 황정음, 지성, 김희선, 김유정, 유연석, 이준기, 백진희. 김성령은 ‘여왕의 꽃’, 차승원은 ‘화정’, 박서준과 황정음은 ‘킬미힐미’와 ‘그녀는 예뻤다’, 지성도 ‘킬미힐미’, 김희선과 김유정은 ‘앵그리맘’, 유연석은 ‘맨도롱 또똣’, 이준기는 ‘밤을 걷는 선비’, 백진희는 ‘내 딸 금사월’로 각각 트로피를 받았다. 이들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기뻤을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purplish@osen.co.kr
[사진] MBC 제공 및 'MBC 연기대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