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조선마술사'를 보는 이질적 시선, 오글VS풋풋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12.31 17: 36

 영화 '조선마술사'(김대승 감독)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다. 관객들과 언론 및 평단의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는 일반적이지만, 이 영화처럼 관객들의 평가가 극적으로 양분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한 영화를 놓고 왜 이렇게 극단적인 반응이 나오는 걸까? 
'조선마술사'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뉘는 편이다.
먼저, 혹평을 가하는 쪽이 있다. 대체적으로 "오글거려서 도저히 볼 수 없었다"는 반응인데, 심한 경우 "유치하다"거나 "(시간이나 돈이) 아깝다"는 평도 등장한다. 

이는 주로 '마술'이라는 소재와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에 끌려 티켓을 산 관객들이 보여주는 반응이다. 일단 '조선마술사'라는 판타지 사극을 보기 위해 들어간 관객들은 생각보다 마술사로서 유승호의 활약이 크지 않다는 것에 실망하게 된다. 또 악당으로 등장하는 귀몰(곽도원 분)의 존재감은 처음부터 상당한데, 그 역시 존재감 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않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두 마술사의 긴장감 넘치는 마술 대결을 기대했다면, 애초에 그 기대를 접고 들어가는 게 낫다. 
그러다 보면 남는 건 로맨스다. 사실 이 영화는 마술보다 두 청춘 남녀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에 집중하는 하이틴 로맨스다. 주인공 환희와 청명 역을 맡은 유승호와 고아라는 잘 어울리는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풋풋한 멜로 감정을 주고 받는다. 다만, 전형적인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인데도, 인물들의 캐릭터 마저 기능적인 데 그쳐 평범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의 얄팍함을 어느 정도 덮어준다는 점이다. 여기서 또 다른 반응이 나온다. 두 배우의 로맨스 연기에 집중한 관객들이 "풋풋한 사랑이 보기 좋았다"거나, "의외로 괜찮다" 등의 호평을 내는 것.  "오글거린다"는 반응과는 정반대 지점에서 나온 관점이다. 여기에는 분명 영화의 흐름이 나쁘지 않은 점도 좋게 작용했다. '조선마술사'의 편집은 특별히 튀는 구석없이 술술 잘 흘러가며, 음악의 사용도 적절하다.
결론적으로 '조선마술사'는 무엇에 집중해 보느냐에 따라 실망할 수도, 즐거울 수도 있는 영화다. 지난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첫날 11만 5,466명의 관객을 동원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과연 대중은 이 작품의 어떤 면을 선택하게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조선마술사'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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