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된 드라마 풍년? 민망한 트로피 남발 [SBS 연기대상③]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1.01 06: 58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상을 남발할 줄이야. SBS 연기대상이 드라마의 감동을 확 깨버리는 시상식으로 빈축을 샀다. 미니시리즈와 중장편 드라마, 연속극 부문으로 나누는 다른 방송사는 그나마 양반이었다. SBS는 여기에서 중편과 장편을 또 구분했다. 8명의 특별 연기상, 10명의 10대 스타상을 추가했다. 트로피 개수를 세는 것조차 민망한 부문 쪼개기의 신기원을 ‘신흥 드라마 왕국’인 SBS가 열었다.
2015 SBS 연기대상은 지난 달 31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인 1일 새벽 1시까지 무려 4시간이나 잡아먹었다. 시청자들은 졸린 눈을 비벼가며 대상 수상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용팔이’ 흥행을 이끈 주원이 대상을 수상한 가운데, 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쏟아졌다.
신인상격인 뉴스타상은 10명이었다. 10명의 스타들에게 10대 스타상을 안겼다. 1부의 반이 흘러가기도 전에 20명의 스타들이 상을 받았다. 특별 연기상은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못 받는 배우들을 챙겼다. 이 상부터 SBS는 일일 연속극, 장편 드라마 부문, 중편 드라마 부문, 미니 시리즈 부문으로 나눴다. 부문별 8명의 배우가 또 상을 받았다.

베스트 커플상 역시 3조, 총 6명이었다. 네티즌상은 국경이 있었다. 한국과 중국을 나눠서 수상했다. 제 2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방송 3사 PD가 뽑은 프로듀서상은 그나마 1명이었다. 65세인 이덕화는 공로상을 받고 머쓱해 했고, 우수 연기상과 최우수 연기상 역시 각각 8명과 7명이 나왔다. 이쯤 되면 참석상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부문을 과하게 쪼개서 공동 수상은 대부분 피했지만, 공동 수상인 듯 아닌 듯 애매한 씁쓸한 수상 결과였다. 대상 후보들은 3~4개의 상을 기본으로 챙겨갔고, 배우들은 계속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혀야 했다.
드라마가 워낙 잘되긴 했다. SBS는 올해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에서 꽤나 많은 흥행작을 배출했다. 월화드라마는 ‘펀치’를 시작으로 ‘풍문으로 들었소’, ‘상류사회’, ‘미세스캅’, ‘육룡이 나르샤’가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잡으며 성공을 거뒀다. 수목드라마는 ‘하이드 지킬, 나’가 예상 외로 고전했지만 ‘냄새를 보는 소녀’, ‘가면’, ‘용팔이’, ‘마을’, ‘리멤버’까지 순탄한 길을 걸었다. ‘마을’은 시청률은 낮았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주말드라마 역시 하반기 ‘애인 있어요’의 돌풍으로 그동안 MBC에 밀려 기세를 펴지 못한 것의 반전을 꾀하는 데 성공했다.
재밌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SBS는 '열일'(열심히 일했다는 뜻의 인터넷 줄임말)했다. 그리고 시상식 트로피를 아주 많이 만드는 '열일'도 했다. 시상식에 그 어떤 방송사보다 많은 배우들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 다만 너무 많은 상을 쏟아내는 바람에 이들이 받은 상의 의미가 퇴색됐을 뿐이다. 최소한의 수상으로 조촐하게 시상식을 치르는 것이 모양새가 빠진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배우들에게 상을 떠안기며 어색한 분위기가 되는 지상파 3사 시상식의 병폐는 SBS 연기대상도 비켜가지 않았다.
상을 주지 않으면 참석하지 않는 많은 배우들, 최대한 많은 배우를 끌어모아 화려한 시상식을 만들고자 하는 방송사의 욕심은 납득할 만한 수상을 바라는 시청자들을 매년 실망시키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떡돌리기 수상은 당장의 민망함보다는 앞으로의 장사를 위해 배우들의 마음을 달래거나 한 해를 자랑으로 끝내고 싶은 주최사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문제다. / jmpyo@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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