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었다.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쓰레기처럼 살지만 하키를 할 때만큼은 사람처럼 사는 것 같았다. 내가 아직 숨을 쉬는구나. 살아있었구나.”
사채업자로 살던 조준만(이광수 분)이 하키에 빠지며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준만을 연기하는 이광수에게 ‘멋있음’이 흘렀다.
그는 빌려준 돈은 끝까지 받아낸다는 일념 하나로 채무자들을 쫓는 사채업자 조준만 역을 맡아 특유의 코믹한 연기는 물론 보기만 해도 카리스마 넘치는 외적인 변신을 감행하며 그간의 어리바리한 ‘기린 광수’의 모습을 잊게 하는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
1일 오전 방송된 SBS 2부작 드라마 ‘퍽!’(극본 윤현호, 연출 이광영)에서 극적인 변화를 겪는 사채업자 조준만(이광수 분)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드라마는 준만이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을 찾아 거친 폭력과 욕을 날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준만은 “애들도 지각하면 혼나는데 어른이 자꾸 늦으면 안된다”고 말하며 채무자를 계단 아래로 밀었다.
그의 큰 형님인 사채업자 계상수(김병옥 분)는 큰 사고를 친 준만에게 “내가 너를 데리고 있는 이유는 너가 개처럼 말을 잘 들어서다. 그런 개가 말을 듣지 않으면 털 뽑고 된장을 바르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자”고 폭력을 써 돈을 물어주게 만든 것에 화를 냈다.
준만은 이어 또 다른 채무자 허명근(정해균 분)을 찾아갔다. 그는 한국대 아이스하키팀을 이끄는 감독. 준만이 그에게서 밀린 돈을 회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공금을 횡령하고 학부모들로부터 뇌물을 받아야 갚을 수 있다는 대답을 듣자, 직접 선수로 뛰어 돈을 받아내기로 했다.
‘퍽’은 돈을 받으려는 사채업자 준만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예기치 못하게 그가 한 대학 아이스하키 팀에 들어가는 점층적 구조로 진행된다. 탄탄한 얼개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해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 긴장과 예측불허의 재미를 선사했다.
극중 인물들은 사채업자, 단장, 깡패, 선수 등 각양각색의 직업이지만 각각 돈과 꿈을 쫓는다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아이스하키 팀에 모여든다.
밀린 돈을 받기 위해 팀에 학생으로 들어간다는 발상과 이광수의 코믹 연기가 어우러져 재미를 선사한 ‘퍽’은 어느 한 명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개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었다.
결국 준만은 오랜 노력을 들인 끝에 자유자재로 아이스하키 스틱을 다룰 수 있게 됐고, 6명인 팀을 승리로 이끌며 꿈을 이룬 한 남자의 성공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은 SBS 예능 ‘런닝맨’에 오랜 시간 출연하고 있는 이광수를 예능인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 웃음을 주기 위한 캐릭터 설정일 뿐. 이광수는 연기력을 갖춘 연기자다.
그의 연기는 계산을 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 이에 예능과 드라마 및 영화에서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이광수가 자신의 담백함을 살려 열심히 하기 때문에 오해를 빚은 것뿐이다. 연기는 연기대로, 예능은 예능대로 각각의 매력을 갖는다.
한편 ‘퍽’은 사랑도 희망도 없는 조준만이 대학 아이스하키부 선수로 합류하게 되면서 서서히 삶이 변화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purplish@osen.co.kr
[사진]‘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