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상식의 꽃이다. 가장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것이 가요제. 이에 방송3사는 기획부터 섭외와 무대구성까지 온 신경을 쏟고, 한해를 빛낸 가수들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투자하고 정성을 더해 다채롭고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 가요제는 어땠을까.
KBS와 MBC가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로 호평을 이끌어냈고, 먼저 시작을 알린 SBS는 역대급 무대를 준비했음에도 불구, 안타까운 실수로 혹평을 받았다. 3사의 연말 가요제가 어땠는지 다시 살펴봤다.
# SBS ‘가요대전’,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재료들은 훌륭했는데, 요리가 실망스러웠다. '음악으로 함께 만드는 기쁨, Music Together'라는 주제 아래 신동엽과 아이유가 MC를 맡은 SBS ‘2015 SAF 가요대전’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2015년을 빛낸 K팝 대표 아티스트 29개 팀이 총출동해 풍성한 무대를 완성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인만큼 활동을 마무리한 그룹들의 이색적인 무대와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f(x)의 루나, 에이핑크의 은지, 마마무의 솔라, 에일리는 진주의 '난 괜찮아'를 열창하며 특별함을 선사했다. 또 샤이니 태민과 엑소의 첸, 백현은 고 유재하, 김광석, 김현식의 명곡을 재해석한 레전드 헌정 무대를 완성해 뭉클한 감동까지 안겼다. MC 아이유 역시 오혁과 함께 '공드리', '무릎' 등 감미로운 합동 무대를 완성하며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했으며, '스물셋' 무대를 방송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아이유의 도발적인 섹시한 '스물셋'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외에도 샤이니 종현과 원더걸스 유빈의 '데자부' 콜라보레이션, 엑소와 샤이니의 콜라보레이션 등은 '가요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였기에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포미닛, 인피니트, 원더걸스, B1A4, EXID, 2PM, 엑소, 소녀시대 등 K팝을 대표하는 그룹들의 압도적인 무대는 명불허전이었다.
그런데 SBS의 안타까운 음향과 조명, 어지러운 화면 등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고르지 못한 음향은 가수들의 무대를 오롯이 즐길 수 없게 만들었고, 급기야 엑소의 '콜 미 베이비' 무대에서는 음향 사고까지 발생해 팬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과도한 조명과 균형 잡히지 못한 카메라는 집중도를 떨어뜨리며 피로감을 안겼다. 1년을 마무리하는 '가요대전'이니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눈이 피로해질 정도의 조명은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만들었다.
또 다른 아쉬움은 시간에 쫓겨 아이돌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한 번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가요대전'이 타 방송사보다 짧은 시간으로 구성된 탓. 신동엽과 아이유가 어떻게든 재미있게 인터뷰를 이어가 보려 했지만 주어진 시간이 워낙 짧다 보니 색다른 재미를 부여하지는 못했다. 결국 이 같은 여러가지 아쉬움으로 인해 이번 '가요대전'은 '인기가요 확장판', '2시간짜리 인기가요'란 오명을 얻고 말았다.
#KBS ‘가요대축제’, 그래! 이런게 대축제지
KBS는 환골탈태했다. 그리고 성공을 거뒀다. ‘KBS 가요대축제’는 KBS홀에서 벗어나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 유일 돔구장에서 열렸다. 규모도 대축제 급으로 커졌고, 가수들의 퍼포먼스도 예쁘게 포장됐으며, 볼거리도 다양해 팬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스파이더캠이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무대를 연출했고 3차원의 가상이미지를 겹친 증강현실 무대까지 마치 콘서트를 보는 듯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했다. 에일리는 증강현실 기술로 빛을 타고 내려온 듯한 착각을 줬고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버터플라이’에 맞춰 춤을 추는 동안 LED에서 지민과 똑같이 춤을 추는 거대한 영상이 함께 공개돼 묘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또한 ‘2015 KBS 가요대축제’는 ‘패밀리(Family)’라는 콘셉트로 전 세대와 함께 하고자 엑소, 소녀시대, 방탄소년단, 여자친구 등 아이돌부터 김창완 밴드까지 섭외한 것은 물론 가족들의 공연관람을 위해 가족석까지 마련했다. 그만큼 ‘KBS 가요대축제’는 전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아이돌의 무대는 기본이고 ‘아빠도 알고 나도 알고’, ‘엄마도 알고 나도 알고’, ‘불후의 명곡 스폐셜 스테이지’ 등의 무대를 통해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무대로 구성됐다. 가수들이 과거의 노래를 리메이크 해 콜라보 무대를 꾸미고 대선배 김창완과 무대에 함께 올랐다.
노을의 강균성과 샤이니의 키, 인피니트의 우현이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 황치열과 B1A4의 산들이 ‘먼지가 되어’ 등 80년대 노래를 불렀고 레드벨벳, 여자친구, 에이핑크, AOA, 마마무, EXID 등 걸그룹도 ‘분홍립스틱’, ‘난 아직 사랑을 몰라’ 등의 노래를 부르며 부모님 세대와 소통했다. 자이언티가 방탄소년단의 정국과 ‘양화대교’를,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레드벨벳의 웬디와 ‘디어맘’을 선곡, 엄마와 아빠를 위로하는 노래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 MBS ‘가요대제전’, 가요대재앙은 잊으시오
‘가요대재앙’이라는 오명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2015 MBC 가요대제전'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 신승훈부터 현진영, 태진아까지 전 세대와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가수와 노래들로 진정한 축제의 장을 열면서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제전은 31일 MBC 일산 드림센터 6번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김성주와 윤아가 MC로 나섰다. 인상적인 것은 현 아이돌이 원조 아이돌의 무대를 패러디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컬래버레이션를 진행했다는 점. 가장 먼저 화려한 컬래버레이션의 시작을 연 것은 현진영과 갓세븐, 2PM. 2PM 장우영은 전성기 시절 현진영의 모습과 똑같이 재현해 ‘흐린 기억 속’ 무대를 열었다. 이어 현진영과 갓세븐 2PM 멤버들이 함께 한 칼군무가 펼쳐져 시선을 사로 잡았다.
다음으로는 B1A4, 레드벨벳, 업텐션, 에이핑크, 방탄소년단이 각각 지오디의 ‘거짓말’, SES의 ‘너를 사랑해’, HOT의 ‘캔디’, 핑클의 ‘영원한 사랑’, 신화의 ‘퍼펙트 맨’ 무대를 꾸몄다. 특히 소품 하나까지 신경 쓴 모습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아이돌 뿐만 아니라 백지영, 신승훈, 태진아 등 전 세대와 모든 장르를 어우르는 출연진 모두 차별화 요소가 됐다. 이들은 연륜이 묻어나는 무대 매너와 흠 잡을 데 없는 가창력으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선사했다. /joonamana@osen.co.kr
[사진] 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