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힙합팬들에게는 행복한 한 해였을 듯 하다. 마니아들이 고대하던 힙합 3대 앨범은 물론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주옥같은 앨범을 발표하며 들을 거리를 풍성하게 안겼다. 2016년 아티스트들의 '허슬 라이프'를 더욱 기대해봐도 될까.
올해 가장 힙합팬들을 들끓게 했던 앨범은 이센스의 첫 번째 정규앨범 '더 에넥도트(The Anecdot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앨범은 지난 8월 발매, 힙합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예약 한정판 1만 6000장을 모두 매진시켰으며 평단, 동료 뮤지션들, 힙합 마니아들, 그리고 대중 리스너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이센스의 자전적이고 솔직한 가사가 그 만의 힘 있는 비트와 래핑에 실려 감동을 선사했다. 여러 매체에서 선정한 2015년 올해의 앨범에 이름을 올렸다.
더 콰이엇은 지난 해 10월 새 정규 앨범 '1 Life 2 Live'.을 기습 발표했다. 무려 5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인 만큼 타이틀곡 '1 Life 2 Live'를 비롯한 13곡은 팬들의 큰 관심을 얻었다.
어느 덧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10년을 맞은 더 콰이엇은 그간 소울 컴퍼니를 거치고 일리네어 레코즈의 수장으로 힙합씬의 중심에서 활약해 온 인물. 그렇기에 이번 신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는데, 국내 대표 비트메이커임은 다시한 번 입증했다는 평이다.
지난 해 11월에는 힙합씬의 연예인인 박재범이 새 앨범 '월드와이드(WORLDWIDE)'를 발표, 씬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무려 27명의 피처링진이 참여한 18곡의 트랙이었다. 27명의 피처링진에는 사이먼 도미닉을 비롯한 일리네어 레코즈, 하이그라운드, 아메바컬쳐, 하이라이트 레코즈 등 국내 내로라하는 힙합 레이블의 수장들이 대거 참여, 사상 유례없는 피처링이란 소리를 들었다.
한국 힙합 대중화에 큰 영향을 끼친 다이나믹 듀오도 11월 돌아왔다. 다이나믹 듀오는 지난 2013년 7집 앨범 '럭키넘버스(LUCKYNUMBERS)'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정규 8집 앨범 '그랜드 카니발'을 공개하며 음원차트를 휩쓸고 여전한 저력을 느끼게 했다. 흥겨운 리듬감이 살아있는 경쾌한 타이틀곡 '꿀잼'은 역시 다이나믹 듀오답다는 평을 얻기도.
'힙합씬의 사색가' 버벌진트 역시 팬들이 고대하던 앨범을 발표했다. 버벌진트는 2012년 6월 발매한 '10년동안의 오독I' 이후 3년 5개월, 햇수로 약 4년만에 정규앨범 '고하드파트원 : 양가치(Go Hard Part.1 : 양가치')를 지난 해 11, 12월에 공개, 큰 화제를 낳았다.
자신만의 독립레이블 'OTHERSIDE'의 설립소식과 함께 이번 '고하드 파트원 : 양가치'의 공식적인 앨범발매을 알렸던 버벌진트는 언더와 오버를 넘나드는 인기 힙합 뮤지션인 만큼 대중성과 음악성을 둘 다 놓치지 않았다. 소녀시대 태연을 비롯해 빈지노, 블랙넛, 타블로, 양동근, 베이식, 태완, 팬텀 산체스, 릴샴, 에스나, 제리케이 등 곡의 성향과 주제에 맞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피쳐링으로 참여, 보다 풍성한 앨범을 선보였다.
2015년 마지막을 장식한 래퍼는 테이크원이다. 전설처럼 회자되던 그의 첫 앨범 '녹색이념'의 첫 싱글 '이제는 떳떳하다'가 2015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베일을 벗었다.
이센스 '에넥도트', 버벌진트의 '고하드'와 함께 한국 힙합씬의 3대 기대 음반으로 손꼽히던 테이크원의 '녹색이념'은 2013년 한국 힙합계를 뜨겁게 달군 디스전 ‘컨트롤 대란’의 시발점으로 여겨지는 ‘Recontrol’에서 최초로 언급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 힙합 씬 전체에서 가장 기대되는 앨범으로 손꼽혀왔다.
'녹색이념'의 수록곡 중 가장 먼저 선보인 싱글 ‘이제는 떳떳하다’는 여전히 불안한 현실 속 본인의 모습과 각오, 개인적인 다짐 등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사에 담백하게 담아 그가 왜 힙합씬의 유망주였는가를 새삼 느끼게 했다. 내년 상반기 발표할 앨범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이는 이유다. / nyc@osen.co.kr
[사진] BANA, ''1 Life 2 Live' 앨범 커버, AOMG, 아메바컬쳐, 브랜뉴뮤직,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