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년간의 공백은 물론, '삼둥이 아빠'라는 수식어도 잊게 하는 존재감이었다. 비록 1분도 채 안 되는 오프닝과 예고편에서만 등장한 송일국이지만,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히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회부터 그의 본격적인 활약이 펼쳐질 것으로 예고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KBS 2TV 대하드라마 ‘장영실’에서는 죽음을 맞이한 노인 장영실(송일국 분)과 이제 막 과학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 장영실(정윤석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보통 인물의 어린 시절부터 그려지는 사극들과 달리, ‘장영실’에서는 노인이 된 장영실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부터 등장했다. 백발의 노인이 된 장영실은 한 손에 해시계를 든 채 광활한 평야를 힘겹게 걸었다. 구름에 가려 사라지는 해를 올려다보던 그는 “옳지 잘 한다. 미련 남기지 말고 시원하게 다 삼켜버리거라”라고 외치며 기뻐했다.
이어서는 “이 세상이 어떤 법칙에 의해 돌아가고 그걸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갖은 고생과 고민 끝에 천문의 이치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실망도 했다”라며 “무한하게 변하는 우주 속에서 난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릴 것이다. 남은 바람은 누군가가 내가 남긴 기록을 이어받아 공부해주는 것이다. 누군가가 되어줄 그대를 믿는다”라는 내용의 내레이션이 흘러 나왔다.
이날 방송된 내용 중 송일국이 등장하는 장면은 이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연기력이었다. 송일국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무려 81부작의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는 대하사극 ‘주몽’의 주몽 역을 통해서다. 그에 앞서서는 KBS 2TV ‘해신’의 염장 역을 맡아 한 차례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처럼 유독 사극에 강한 면을 보였던 송일국은 이번 ‘장영실’에서도 역시 활약을 예고하며 ‘삼둥이 아빠’라는 수식어를 지우고 배우로 복귀한 모습을 증명해냈다. 예능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몰입에 방해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일각의 우려를 완벽하게 떨쳐낸 순간이기도 했다.
방송 말미에는 오늘(3일) 방송되는 2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송일국의 모습이 예고됐다. 아비인 장성휘(김명수 분)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조선 최고의 과학자로서의 한 걸음을 뗐던 어린 장영실에서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년으로 자란 장영실을 송일국이 어떻게 소화해낼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송일국은 방송에 앞서 열렸던 제작발표회에서 “저는 굉장히 연기에 목말라 있는 사람이고 그런 목마름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만든다”라며 연기에 대한 갈증을 호소한 바 있다. 그리고 마침내 ‘장영실’을 통해 이러한 갈증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는 타이밍이 다가왔다. 과연 송일국은 본인의 갈증 해소는 물론, 까다로운 시청자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까. / jsy901104@osen.co.kr
[사진] KBS 1TV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