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 "유승호와 만찢남녀·꿀케미? 만족스러워"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1.03 14: 00

 고아라는 예쁜 외모 덕을 못 보는 몇 안되는 배우들 중 하나일 것이다. 현실감 없어 보이는 '만찢 미모'(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미모)가 배우로서 그가 가진 매력과 잠재력 등을 가리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응답하라 1994'에서 살을 찌우고, 파격적인 머리 스타일을 하는 등 '예쁨'을 버린 그는 오히려 자신의 매력과 능력을 한껏 보여주며 훨훨 날았다. 
추위가 극에 달한 어느 아침, 헐레벌떡 맞은 편에 앉은 고아라는 나정이도, 청명이도 아니었다. (얼마 늦지도 않았는데) 연신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 모습에서는 성실함이, "저 나무가 왜 저렇게 꺾였을까?"라고 창밖의 트리를 살피는 모습에선 엉뚱함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를 엄청 많이 썼다"는 말에서는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밝고 명랑하지만, 늘 감사하고 고민하는 배우. 잠깐 본 고아라는 그랬다.  
영화 '조선마술사'에서 고아라는 왕실에 입양돼 청나라 왕실에 시집을 가는 공주 청명 역을 맡았다. 청명은 청나라로 가던 길 들린 의주에서 조선시대의 마술사 환희(유승호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풋풋하면서도 설레는 사랑을 나눈다. 공주 역할이지만, 고아라가 예전 맡아왔던 '예쁜' 배역들과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응답하라 1994'로 연기 스펙트럼의 경계를 얼마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청명 공주로 분한 고아라는 예쁜 외모 못지 않게 첫사랑에 빠진 소녀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사실 청명은 역사 속 실제 인물인 의순공주를 모델로 한 캐릭터다. 때문에 따로 역사 공부를 하며 공주의 심정을 헤아려 표현하는 한편, 유승호와의 러브라인을 살리는 두 가지 노력을 동시에 해야 했다. 김대승 감독은 그런 고아라를 위해 직접 천명의 마음에 대한 글을 써주거나, 시를 적어주고, 책과 음반을 사다주는 등 배우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려고 했다. 
"감독님께 감사드리는 부분 중 하나가 그거예요. 엄청 디테일하신 스타일인데 배우들의 감정선도 감정선 나름대로 잡을 수 있도록 해주시거든요. 무대 배경, 물랑루 느낌도 훌륭한 스태프가 작업을 해서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디테일까지 작업하는 건 없었어요. 서양에 있는 세익스피어 극장을 토대로 뼈대를 잡으시는 걸 봤어요. 정말 멋있더라요. 그런 자료를 보면서 캐릭터 몰입에 도움을 많이 얻었어요." 
첫 사극인데다, 여러가지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아 어려움도, 고민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택한 이유는 "너무 예뻐서"다. 고아라는 "그냥, 너무 예뻤던 것 같다. 청명이와 환희의 사랑 이야기가 너무 예뻤다"고 말했다. "여자의 마음을 갖고 임해야 해서 매력적"이었다며, 로맨스, 멜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 늘 소녀의 마음이에요.(웃음) 장르나 작품에 따라 표현하는 감성이 다른 것 같아요. 풋풋한 사랑 이야기인 데다가 극적인 상황에 달해서 이뤄지는 사랑에 대한 절절함이 있다보니 떠나보내야 하는, 신분을 숨겨야하는 것이 필요했죠. 이런 내재된 의미에 매력을 느꼈어요. 소녀라기 보다 여자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던 작품이어서 해 봤어요."
유승호와의 호흡은 언론 및 관객들로부터 '만찢남녀'라던가 '꿀케미'라는 평을 들었다. 고아라는 이 같은 평가에 대해 "만족한다"면서 앞서 화제가 된 유승호와의 키스신 장면 에피소드라던(스태프들이 너무 많이 몰려 수십명의 사람들 앞에서 키스를 했다고 한다)가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장면을 CG없이 촬영하기 위해 수없이 같은 장면을 또 찍고 찍었던, 고생담을 펼쳤다. 그 과정을 함께 했던 유승호는 좋은 파트너였다.
"현장에 가면, 승호 씨가 막 낯설어한다는 걸 많이 느끼지 못했어요. 속으론 불안했을텐데.(웃음) 되려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현장에서 편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하는 스타일이라 호흡이 잘 맞았어요.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현장에서 임하는 모습이나, 얘길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모습이 고마운 점이 많아요." 
청명은 공주로서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을 유지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내려놓았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호위 무사에게 호통을 치기도 하고, 개구멍으로 몰래 나가 연인을 만나기도 한다. 실제로도 사랑 앞에 용감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실제로도 내 성격도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스타일이 청명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 용감함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영화처럼 운명 같은 사랑을 기다린다고도 했다. 
"'조선마술사'처럼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많은 분들이 찾아다녀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저도 연애는 해보고 싶고 한데. 인연은 있겠죠? 이상형은 딱히 없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대화가 통해야하지 않을까요? 세계관이나 가치관 같은 걸 교류할 수 있고. 운명적인 사람은 그렇게 오죠? '조선마술사'처럼 오는 거죠?"
벌써 연기경력만 13년차다.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해맑은 중학생은 단 한 편의 드라마로 청소년 스타가 됐고, 대학생이 됐고, 졸업을 했고, 슬럼프도 있었고, 화제작에 출연해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배우라는 끈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올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가짐 덕분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행복한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을 할 때든지 할 때마다 좋아요. 슬럼프라기 보다 어릴 때부터 하니까, 진짜로 같은 줄만 알았어요. 대학교를 가면서부터 고민을 많이했죠. 자아에 대해서나 배우를 하는 것에 대해 고뇌 아닌 고뇌를 많이 했던, 생각을 많이 한 시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더 많은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어요. 졸업까지 했으니 더 열심히 작품을 할 생각입니다." /eujenej@osen.co.kr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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