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의 “진짜루”라는 한 마디는 예상치 못한 감동을 안겼다. 추격전에서 광희를 배신하지 않고 자신이 이미 경찰들에게 잡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암호가 “진짜루”였기 때문. 두 사람과 제작진만 알고 있는 암호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유재석이 광희를 상당히 많이 챙겼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순간이 됐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진짜 부산 경찰들과 실제를 방불케하는 추격전이 펼쳐졌다. ‘무도 공개수배’라는 이름의 추격전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광희가 경찰들의 추적을 피해 부산을 떠나면 1000만 원의 상금을 받는 구성이었다. 경찰들의 집요한 추격으로 멤버들은 모두 도주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빛난 것은 무조건 숨고 무조건 달리며 열심히 했던 광희의 활약. 이번 추격전 전까지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기존 멤버보다 웃기지 않다는 당연한 지적을 받았던 그는 추격전 맹활약으로 억울한 시선을 조금은 씻었다. 워낙 오랜 호흡을 맞춰왔기에 새로 투입된 광희가 당장의 맹활약을 보이는 게 불가능하고, 광희가 아니라 다른 누가 왔어도 힘들었을 자리인 게 ‘무한도전’ 새 멤버의 무게감이다. 허나 성미 급한 일부 시청자들의 악성댓글에 멤버들과 제작진이 적지 않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터. 당사자인 광희는 무거운 마음으로 임했을 터고, 이는 방송에서 간혹 드러났다.
악성댓글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방송에 간혹 공개됐고, 멤버들 역시 광희의 부진이라는 오해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차라리 수면으로 끌어올려 재미있는 장치로 활용하는 ‘무한도전’다운 정공법이었다. 유재석이 광희와의 재밌는 호흡을 위해 일부러 독설을 하거나 재미 없다고 눈총을 주는 일도 있었고, 함께 짝꿍으로 호흡을 맞추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 배려의 진행을 하는 유재석이기에 이를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농담으로 여기며 광희는 웃음 분량을 늘려갔다.
불만제로 특집 당시 합창단이 “광희 없이는 못 살아”라고 개사를 하자 유재석이 “광희 없이 살아, 이렇게 할 줄 알았다”라고 농담을 하는 것도 부진하다는 오해도 웃음으로 승화하는 노련한 유재석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덕분에 광희가 웃기지 않다는, ‘무한도전’ 멤버로서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다는 억울한 시선이 좀 더 부각됐고 광희 스스로도 가벼운 재미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광희는 멤버들의 놀림에 발끈하거나, 오히려 더욱 촐싹 맞은 행동을 하며 꿋꿋하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갔다. 결국 이 같은 노력은 추격전에서 지독한 성실성으로 반전의 묘미를 만들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원동력이 됐다.
기죽지 않고 오디오가 물리도록 말을 하거나, 자신에 대한 날선 시선을 오히려 입 밖으로 내며 웃음 장치로 만드는 광희. 그런 광희를 부각시키고 좋지 않았던 여론을 드러내면서 광희가 ‘무한도전’의 어엿한 식구라는 사실을 알게 모르게 전달했던 유재석의 배려는 ‘무도 공개 수배’ 반전의 탄탄한 밑거름이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