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부탁해요엄마’, 또 시한부 인생이야?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04 06: 55

 “저, 얼마 못 사는 건가요?”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고두심이 폐로부터 전이되고 있는 종양을 발견함과 동시에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다. 아직까지 자식들은 어머니의 속을 썩이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지난 3일 방송된 KBS 2TV ‘부탁해요 엄마’에서는 산옥(고두심 분)이 끝내 암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잔인하도록 아프게 묘사됐다. 진애(유진 분)가 겨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리는가 싶었지만, 형규(오민석 분)와 형순(최태준 분)을 둘러싼 갈등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도중이었다.

형순은 오해로 인해 빚어진 아내 채리(조보아 분)와의 다툼을 끝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그 결과 앵두(민아 분)는 집을 나갔고,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산옥은 채리가 겸사겸사 친정에 간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이 상황을 정확하게 알게 된다면 또 한 번 마음을 갈기갈기 찢길 터다.
형규는 한 술 더 떴다. 아이 엄마 혜주(손여은 분)와 결혼하겠다며 산옥을 괴롭게 하더니, 이번에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분가를 통보했다. 그러더니 자기 여자가 힘들어하는 것을 볼 수 없다며 처가살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않는 듯한 형규의 행동에 산옥은 참고 또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런 산옥이 암이란다. 항암 치료조차 힘들며, 6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이었다. 한 번도 마음 편히 행복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산옥에게 이보다 가혹한 시련이 또 있을까. “현대 의학이 많이 발전해서 암은 고칠 수 있지 않나”라며 매달리는 산옥에게 의사는 희귀암이라 어려울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산옥에게 조그만 희망조차 주지 않은 채 방송은 끝이 났다.
산옥에게도, 그 때문에 괴로워할 주변인들에게도, 심지어는 시청자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전개다. 극 중 인물에게 죽음과 같은 불가항력의 부재 요인을 심어 두고는 이를 계기로 그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식상한 이야기가 다시 한 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가족을 뒷전에 둔 채 자신만 생각하던 자식들의 각성에 어머니의 아픔을 이용하는 듯한 설정이 영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긴다.
가족이 아파할 때만 소중함을 알게 되는 철없는 인물들의 이야기, 이제는 그만 봐도 좋지 않을까. 드라마 속에서 서먹하던 가족을 끈끈하게 만드는 장치가 꼭 불치병만은 아닐텐데 말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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