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도대체가 여성 시청자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달달한 눈빛과 말은 기본이다. 신경전을 벌이다가도, "예쁘다"며 갑작스럽게 고백을 하는 기술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 반칙이었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에서는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해강(김현주 분)에게 기습 고백을 하는 진언(지진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진언은 해강을 찾아가 "푸독신 임상실험 조작을 알고 있었으냐"고 따져 물었고,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강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실현 가능한 걸 말하라. 임원들이 우릴 다 가만히 둘까? 내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데 그걸 누가 허락 하느냐. 우리 편 하나 없이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백번 양보해서 최사장(공형진 분) 원하는대로 됐다고 치자. 그 다음에는? 주총에서 당신과 나 날아간다. 파면 된다. 그러면 제2의 푸독신, 제3의 푸독신이 나올거다"라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앉은 자리에 따라, 선 자리에 따라 생각을 바꿔야 경쟁에서 살아 남는다. 살아남지 못하면, 우리 자리를 지켜내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라고 충고했다.
해강의 진지한 이야기를 듣던 진언의 표정은 별안간 바뀌었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당황한 해강은 "왜 그렇게 보느냐"고 물었고 진언은 "네가 예뻐서"라고 답했다. 보는 이들이 설렘을 느낄만큼 강렬한 장면이었다.
그는 "우리 편, 우리 자리, 그 말이 안심되고 예뻐서. 말이 예쁘니까, 사람도 예뻐뵈네"라고 고백했다. 또 그는 "전화는 왜 안 받느냐"고 주제를 바꿨고, 해강은 "헷갈리게 해서 미안하다. 내가 실수했다. 사과하겠다. 다신 안 흔든다. 정말. 그날 일을 잊어줘, 지워줘, 삭제해줘"라고 지난 밤 있었던 일에 대해 잊어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진언은 "정확히 뭘? 나한테 키스한 것? 나랑 한 공간에 있는 게 힘들어서 도망친 것? 나랑 함께 있고 싶어서 자고 싶어서 돌아온 것? 그런데 나한테 거절 당한 것? 정확히 뭘 지울까. 어느 부분을 삭제할까. 구체적으로 말하라"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두 사람의 분위기는 어쩔 수 없이 한층 밝고 달달해졌다.
이처럼 '애인있어요'는 의약회사의 비리와 소송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다시 사랑하게 된 부부의 감정선을 교묘하게 살려내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사실, 진언의 기습 고백 신은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지만, 해강을 다시 사랑하게 된 진언의 모습이 설득력을 얻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매력적이게 보여주는 지진희의 연기력이 있어 200% 살아났다.
한편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방송. /eujenej@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