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끄는 답답한 전개에 시청자들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송하윤은 자신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안내상과 만남 직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했다. 똑같이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박세영은 무사히 살아남아서 도상우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인화가 아무리 손창민을 속여서 난감한 상황에 빠뜨리더라도 통쾌한 감정을 느끼기 어렵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는 주오월(송하윤 분)이 오혜상(박세영 분)이 운전하는 차에 납치돼서 사고를 당해 죽임을 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오혜상은 사고에서 살아남아서 죽어가는 주오월을 버려두고 도망쳤다. 강찬빈(윤현민 분)은 주오월의 장례식장에 간줄 모르고 최후의 도피 제안을 거부한 금사월(백진희 분)에게 실망해서 완전히 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신득예(전인화 분)는 진짜 설계도를 가지고 있는 강만후(손창민 분)을 속여서 가짜 설계도와 바꿔치기하는데 성공한다.
주인공이 처절한 상황에 빠져야 주인공이 나중에 행하는 복수가 더욱 통쾌하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상황에 감정 이입하게 해야지 억지로 주인공을 처절한 상황에 몰아넣는다면 그 이야기는 공감을 사기 어렵다. 지금 ‘내 딸 금사월’이 그런 상황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어버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사고를 당해 바보가 됐다가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게 된 상황에서 교통사고로 죽임을 당했다. 더군다나 사람이 죽을 정도로 큰 교통사고였지만 운전을 한 박세영은 병원에 잠깐 입원한 뒤에 멀쩡하게 걸어 다녔다. 운도 튼튼한 몸도 악역에게만 허락하는 비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몰입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내 딸 금사월’은 시청률 30%를 목전에 두며 지난해에 가장 성공한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도 ‘내 딸 금사월’을 둘러싼 막장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출생의 비밀, 살인, 불륜까지 온갖 막장스러운 소재가 사용됐다. 특히 안경 쓴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는 손창민의 바보 같은 모습에서 너무 심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서 무리한 설정을 사용하는 것이 막장의 조건이라면 ‘내 딸 금사월’은 그 조건에 딱 들어맞는 드라마다.
주오월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 자체가 주오월이 살아 있다는 단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극의 전개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신지상(이정길 분)이 살아있다는 단서들이 계속해서 제공됐고 죽음을 앞두고 힘겹게 돌아온 신지상이 강만후(손창민 분) 앞에서 모든 것을 밝히려는 결정적인 순간 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 강만후의 파멸은 또다시 미뤄지고 말았다. 비밀을 알면 죽는 공포 영화의 법칙이 계속 펼쳐지고 있다. 물론 주오월도 죽지 않고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내딸 금사월’은 초반에 불륜과 출생의 비밀 그리고 보육원 붕괴 사고까지 빠른 전개로 사랑을 받았다. 결코, 질질 끄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지금의 ‘내 딸 금사월’은 결정적인 순간에 죽음과 사고로 답답함을 유발하는 드라마로 바뀌었다. 쉴 새 없이 시청자들을 휘몰아쳤던 초반의 전개가 그리워지는 상황이다./pps2014@osen.co.kr
[사진] '내 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