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 개봉 전에 국내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는 백윤식은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극장에서 상영될 편집본을 보고 난 다음이다. 상영시간 등 이런저런 상황에 맞춰 극중 백윤식 분량에 대한 가위질을 심하게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제작사 대표 등이 직접 나서 어쩔 수 없는 사정 등을 설명했지만 백윤식의 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 연기를 선보였고 또 영화속 백윤식 캐릭터가 갖는 의미가 '내부자들'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백윤식이 분한 조국일보 이강희 논설주간은 펜의 힘을 앞세워 권력을 행사한다. 이 나라 언론 권력의 치부를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백윤식은 영화 개봉 전 측근들과의 자리에서 여러 차례 개봉판 편집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럼에도 언론 인터뷰 등 각종 홍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 '내부자들' 흥행 기원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결국 '내부자들'은 기대 이상의 반응과 흥행을 이끌었고 제작사가 일찌감치 감독판 상영을 결정하고 발표하면서 백윤식의 인생 연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내부자들’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당초 우려들과 달리 막강한 경쟁작들과의 승부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내부자들’ 감독판은 지난 3일 하루 동안 19만 454명을 끌어 모아 누적관객 83만 1440명을 기록했다. 원 개봉판 '내부자들'이 벌써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한계를 뚫고 무려 706만 5945명을 동원한 다음이다. 감독판은 이번 주초 100만 돌파가 충분히 가능하고 원판과 감독판을 더해 천만 돌파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내부자들'에 쏟아진 호평과 흥행 대박은 우민호 감독을 비롯해 세 명의 주연배우 이병헌 백윤식 조승우의 몫이다. 특히 '칼보다 무서운 펜'을 앞세워 권력을 휘두르는 카리스마 악역 백윤식은 연장자다운 내공과 경륜으로 영화에 힘을 더했다. 과연 이강희 역 백윤식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부자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그런 백윤식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의 모든 것이다. 왜 백윤식이 원판 개봉에 앞서 울분을 토로했는지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걸 다 꿰뚫은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다가도 자신에게 조금만 불리할 듯하면 발뺌으로 일관하는 이강희의 야누스적 이중성은 백윤식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악역의 모든 것이다.
백윤식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7층 로비에서 열린 영화 '내부자들'(우민호 감독)의 흥행 쇼케이스 오픈 토크에서 '배우들과의 호흡에 소름이 끼쳤던 적이 있었다'는 질문에 "이병헌과의 장면이다. 나를 어떻게 하려고 찾아온 장면인데 그 때 이병헌의 연기를 보니(소름이 끼치더라)...조승우와는 내가 조승우의 검사실 취조실에 들어갔을 때 거기에서 느꼈다"고 설명했다.
백윤식은 이 영화에서 정치깡패 안상구 역의 이병헌, 검사 우장훈 역의 조승우와 러닝타임 내내 살 떨리고 피 튀기는 합을 겨뤘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을' 외친 이병헌이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한 셈이다. 이 둘이 만나는 장면 장면마다 관객은 저절로 손에 땀을 쥐는 연기 고수들의 마법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 장면 하나. 안상구가 흉기를 들고 이강희를 찾아와 복수를 시도할 때 이강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여유롭게 잡아뗀다. 이병헌의 "모히또에서 몰디브" 대사처럼 이 장면도 백윤식의 애드리브와 자신만의 해석이 곁들여졌고 상대역이 이병헌 아니었다면 자칫 사장됐을 뻔 했던 순간이다. 하지만 두 배우는 이 장면에서 한국영화 사상 길이 남을 리액션의 연속으로 '내부자들'의 긴장감을 최고조에 달하게 만들었다./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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