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유승호의 '조선마술사', 왜 고전을 면치 못할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1.04 10: 15

유승호는 20대 청춘 스타중에서 보기 드물게 흥행 보증의 힘을 갖춘 배우다. 연기력과 성품, 그리고 열정 등 좋은 배우의 덕목에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유승호가 군 제대 후 첫 스크린 주연작 '조선마술사' 흥행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무슨 연유일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김대승 연출, 유승호 고아라 주연의 '조선마술사'는 지난 해 12월 30일 개봉해  11만 5466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으로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히말라야'와 '스타워즈'의 양강 구도를 깨고 청신호를 받는 듯 했던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평에 뒤덮이며 흥행 탄력을 잃어버렸다. 
급기야 휴일인 3일에는 5만7220명 동원에 누적 51만2428명을 기록, 6위로 내려앉았다. 개봉 첫 날 앞섰던 '스타워즈'(5위)에도 밀리면서 앞으로 흥행 전망을 어둡게 했다. 개봉 2주차에 더 힘을 받는 개싸라기 흥행과 달리 개봉 3~4일차부터 관객수가 급격히 주는 경우 사실상 회복이 어렵다.   

'조선마술사'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다. 판타지 사극으로 이 영화를 보러간 관객들은 "이런 로미오와 줄리엣 짝퉁 신파를 봤나" 울분을 토로하고, 로맨스를 찾은 관객들은 "유치해서 오글거려 못 보겠다"고 얼굴을 가려버린다. 하지만 배우 유승호를 보러간 팬들이라면? 역시 변치않는 연기력과 외모에 뜨거운 한 표를 던진다.
문제는 스토리가 다소 빈약하고 장르적으로 헷갈린다는 데 있다. 어느 한 쪽의 팬들을 확실히 만족시킬만한 요소가 부족한 채, 남녀주연 유승호-고아라의 케미와 시너지에 주로 의존하다보니 영화가 주는 재미는 부족할 수밖에.
일단 '조선마술사'라는 판타지 사극을 보기 위해 들어간 관객들은 생각보다 마술사로서 유승호의 활약이 크지 않다는 것에 실망하게 된다. 또 악당으로 등장하는 귀몰(곽도원 분)의 존재감은 처음부터 상당한데, 그 역시 존재감 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않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두 마술사의 긴장감 넘치는 마술 대결을 기대했다면, 애초에 그 기대를 접고 들어가는 게 낫다. 
그러다 보면 남는 건 로맨스다. 사실 이 영화는 마술보다 두 청춘 남녀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에 집중하는 하이틴 로맨스다. 주인공 환희와 청명 역을 맡은 유승호와 고아라는 잘 어울리는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풋풋한 멜로 감정을 주고 받는다. 다만, 전형적인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인데도, 인물들의 캐릭터 마저 기능적인 데 그쳐 평범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의 얄팍함을 어느 정도 덮어준다는 점이다. 여기서 또 다른 반응이 나온다. 두 배우의 로맨스 연기에 집중한 관객들이 "풋풋한 사랑이 보기 좋았다"거나, "의외로 괜찮다" 등의 호평을 내는 것.  "오글거린다"는 반응과는 정반대 지점에서 나온 관점이다. 여기에는 분명 영화의 흐름이 나쁘지 않은 점도 좋게 작용했다. '조선마술사'의 편집은 특별히 튀는 구석없이 술술 잘 흘러가며, 음악의 사용도 적절하다.
결론적으로 '조선마술사'는 무엇에 집중해 보느냐에 따라 실망할 수도, 즐거울 수도 있는 영화다.  /eujenej@osen.co.kr
[사진] '조선마술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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