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있어요' 박한별이 적반하장과도 같은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김현주와 지진희를 무너뜨리겠다는 일념으로 공현진과 손을 잡은 박한별의 행동이 전혀 공감이나 재미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게다가 박한별의 연기력 역시 답보 상태라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박한별은 현재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에서 강설리 역을 맡아 김현주, 지진희, 이규한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강설리는 과거 이혼을 얘기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도해강(김현주 분)과 최진언(지진희 분) 사이에 끼어 들어 불륜을 조장한 인물.
자신만을 사랑할 줄 알았던 진언이 어린 후배인 설리와 불륜을 저지르자 해강은 급기야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강물에 뛰어드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었다. 하지만 결국 진언과 해강은 이혼을 하게 됐고, 설리는 "빼앗은 사람보다 뺏긴 사람의 잘못"이라며 자신의 사랑을 정당화했다.
설리는 4년 후 진언이 다시 해강을 사랑하게 되자 더욱 악독해져 갔다. 칼에 맞아 쓰러진 해강을 모른 척 하거나 의식을 찾지 못하는 해강 앞에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등 점차 악녀로 변해가는 설리에 시청자들은 극에 달하는 분노를 느꼈다.
최근 이유리, 박혁권, 손창민 등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박한별은 공감 하나 얻지 못하는 욕받이가 되고 말았다. 특히나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면모는 회를 거듭할 수록 더욱 심화되어 '설리만 등장하면 짜증이 난다'는 반응이 나오기까지 했다.
특히 지난 주말 방송된 34, 35회에서 설리는 자신이 먹었던 푸독신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4년 전 해강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에게 말 한 마디 해주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방송 말미에는 자신의 삶을 망가뜨렸다며 해강과 진언에게 복수를 꿈꿨다.
자신은 기억을 잃은 해강의 진짜 정체를 모른 척 했을 뿐만 아니라 해강이 죽을 위기에 직면했을 때도 방관을 하는 등 악독한 모습을 보여왔음에도 불구, 이제와서 왜 그 때 푸독신의 문제점을 말해주지 않았느냐며 생떼를 쓰기 시작한 것. 게다가 자신이 진언에게 다가섰던 이유 역시 해강이 운동화를 사들고 와서 자신을 깔아뭉갰기 때문이라며 말도 안 되는 자기 변명을 늘어놨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했음에도 설리는 계속해서 남 탓만 했고 결국 또 복수라는 이름 하에 악의 손을 잡았다.
앞서 배유미 작가는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결함이 있어 실패와 실수를 해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고 끌어안고,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면서 인생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 작가의 말대로 해강과 진언, 그리고 백석(이규한 분)은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설리만큼은 아무런 변화 없이 여전히 이기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다.
더 안타까운 건 35회가 진행되어 오는 동안 박한별의 연기력 역시 썩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현주, 지진희, 이규한 등이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는 가운데, 박한별만은 그 자리 그대로 머물러 있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박한별은 지난 달 31일 진행된 '2015 SBS 연기대상'에서 '애인있어요'를 통해 특별 연기상을 수상했다. 당시 박한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욕을 받고 있지만 더 기분 좋게 욕 먹으며 연기하겠다"는 수상소감을 밝힌 바 있다. 박한별이 연기상의 무게와 기쁨만큼 시청자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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