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이 자신이 허물까지 개그로 승화시키며 ‘냉장고를 부탁해’ 분위기를 이끌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정형돈이 빠진 이후로 장동민, 허경환이 차례로 투입돼 정형돈의 자리를 메웠지만, 그다지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만큼 정형돈과 김성주의 호흡이 좋았던 것.
세 번째 주자로 등장한 이수근 역시 기대반 우려반 속에 정형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이수근은 첫 방송 출연답지 않은 입담으로 앞선 두 사람보다는 ‘냉장고를 부탁해’에 잘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 번의 방송 출연으로 자신의 장기와 입담을 모두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수근은 그럼에도 합격점을 받을 만한 활약을 보여줬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스타들의 냉장고를 직접 스튜디오에 가져와 냉장고 속 재료로 유명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김성주와 정형돈이 MC를 맡았고, 첫방송 당시 두 사람의 첫 만남에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기대 이상의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냉장고를 부탁해’가 화제의 프로그램이 되는 데 일조했다.
이후 정형돈이 건강상의 문제로 갑작스럽게 하차를 하게 됐고, 그 자리를 장동민, 허경환이 메웠다. 하지만 첫출연에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기는 힘들었다. 4일 방송에는 이수근이 세 번째로 스페셜 MC가 됐다.
이날 이수근은 자신의 과거 과오를 서슴없이 입담에 이용했다. 문채원과 유연석이 출연한 이날 최현석-홍석천, 미카엘-이연복이 요리 대결을 펼쳤다. 이수근은 셰프들의 승률 분석에 나섰고, 이연복은 “도박 안한다면서..”라고 이수근의 베팅을 부추겼다. 이날 이수근은 최현석과 미카엘에게 베팅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의 베팅은 그대로 적중했다. 맞추고도 당황한 이수근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했다.
또 이수근은 최현석이 백수시절 회전돌기를 하는 과거 사진을 공개하자, 그 자리에서 최현석에게 시범을 보이라고 종용해 최현석이 큰 웃음을 유발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예전 진행솜씨를 그대로 살리며 ‘냉장고를 부탁해’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첫방송에 자신의 입담과 장기를 펼쳐보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처음부터 자기 자리가 아니라 남의 자리에 앉아 대신 진행을 해야 하는 상황. 정형돈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수근은 자신의 허물까지 웃음으로 승화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그램에 가장 잘 적응한 이수근. 다시 한번 그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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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냉장고를 부탁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