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이방원(유아인)의 독기와 살기가 회가 거듭될수록 차오르고 있다. 영화 '베테랑' 속 유아인이 연기했던 악역 조태오가 겹쳐지는 느낌마저 든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는 개혁을 놓고 뜻을 모으는 듯 했던 삼봉 정도전(김명민 분)과 포은 정몽주(김의성)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성계(천호진)를 왕으로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정도전과 "불충이고 반역이다. 고려의 틀안에서 이같은 개혁을 행해야 한다"는 정몽주의 대립이었다.
이에 가장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은 이성계도 정도전도 아닌 다름아닌 이방원이었다. 더욱이 정도전의 더딘 개혁보다 더 빠른 개혁을 원했던 이방원은, 자신들에 대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포은의 존재가 껄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왕을 독대하고 나온 포은의 앞을 가로막은 이방원은, 개혁과 개국을 놓고 첨예하게 엇갈린 주장을 주고받았다. 이성계와 정도전을 꼬집는 정도전의 논리에도, 적절한 답변으로 물러서지 않던 이방원.
"현세의 백성들을 마음 깊이 새길 것이다"로 의지를 내비쳤던 이방원의 표정은 이미 살기로 가득차 있었다. 개혁을 위해서라면, 개국을 위해서라면, 방해 요소는 모두 칼을 뽑아 제거할 것 같은 살벌한 독기였다.
역사적으로도 정도전 vs 정몽주의 대립은 피할 수 없으며, 이방원 역시 이 과정에서 정도전과 뜻을 달리하게 될 전망. 결국 이방원과 정몽주가 하여가와 단심가를 주고 받는 역사적 장면이 연출되면, 정몽주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
당초 우직했지만 맑고 순수했던 이방원의 모습은 점점 신조선을 위해 선두에 나서는 과정에서 내재되어 있던 '잔혹성'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 스승인 정도전이 이를 억누르고 있는 형국이지만, 이 또한 얼마가지 못할 분위기다.
권력을 위해 해동갑족의 대표인 장인 민제(조영진)을 방문하는 모습이나, 하륜(조희봉)에게 섬뜩하게 일갈하는 모습 등은 변화된 이방원의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앞으로 드러나게 될 '킬방원'의 면모,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이성계와 정도전, 분이(신세경), 땅새(변요한), 무휼(윤균상)의 시선도 기대되는 요소다. / gat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