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신과 함께’ 왜 CJ 아닌 ‘롯데와 함께’가 됐을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1.05 06: 42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영화 ‘신과 함께’가 CJ엔터테인먼트에서 최근 롯데엔터테인먼트로 투자 배급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벌어진 내막을 놓고 업계에서 말이 많다. ‘신과 함께’는 흥행이 검증된 인기 웹툰 원작에 ‘미스터고’로 한 차례 삐끗했지만 여전히 흥행사로 분류되는 김용화 감독의 컴백작이란 점에서 메이저 투자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프로젝트다.

당초 알려진 이 영화의 최초 선장은 리얼라이즈픽처스에서 ‘마린보이’(08)를 연출한 윤종석 감독이다. ‘마린보이’ 차기작으로 ‘신과 함께’를 구상했고 판권 구매도 이때 이뤄졌다. 하지만 각색 작업과 투자 유치 등 복잡한 내부 사정이 겹치며 윤 감독은 자연스럽게 ‘증거불충분’(14)에 전념하게 됐고, 그를 대신해 ‘탕웨이의 그분’ 김태용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교체 투입됐다.
새로 핸들을 잡은 김태용 감독은 1년간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책을 고쳤지만 원작에서 너무 멀리 간 멜로가 나왔고 투자, 제작사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하차하게 됐다. 리모델링해야 될 건물을 재건축했다는 뒷말이 나온 배경이다. 이 모든 과정은 제작사와 CJ가 공동 관리했고, 2년 전 최종 연출자로 김용화가 결정되며 또다시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김용화 감독과 리얼라이즈 원동연 대표, CJ엔터 정태성 대표는 ‘미녀는 괴로워’의 연출자와 공동 제작자들로 친분이 두터운 업계 선후배 사이. 하지만 ‘신과 함께’는 동맹처럼 알려진 CJ가 아닌 롯데에서 새판을 짜게 됐다. 이를 놓고 CJ가 매력적인 기획을 눈앞에서 놓친 건지, 아니면 스스로 발을 뺀 건지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CJ는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 3년 넘게 공들인 작품이지만 지금은 경쟁사의 품으로 간만큼 이러쿵저러쿵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오래도록 ‘신과 함께’의 공정을 지켜본 한 영화인은 “CJ와의 결별은 결국 1, 2편 동시 제작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편을 제작하며 리스크를 관리하려던 CJ와 1, 2편 동시 제작을 원한 감독의 생각이 끝까지 평행선을 그렸다는 얘기다.
판타지 SF 장르 ‘신과 함께’는 하정우 차태현 마동석 주지훈을 캐스팅하며 주목받았지만 방대한 드라마 스케일과 100억 넘게 책정된 CG 비용 때문에 험난한 제작 일정이 예고된 작품이기도 하다. 촬영 기간만 최소 7개월 이상 걸리고 이를 위해 350억원이 넘는 순제작비가 쓰일 예정이다. 반년 넘도록 다른 작품 활동을 못 하게 되는 주연급 배우들에게는 두 편치 개런티 지급을 약속한 상황. 정우가 출연을 고사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기회비용과 무관치 않았다.
오랜 파트너 CJ와 결별한 ‘신과 함께’는 한때 쇼박스와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적으로 롯데와 한 배를 타게 됐다. 김용화 감독의 제안에 가장 적극적이었고 타사에 비해 킬러 콘텐츠가 적은 롯데가 ‘신과 함께’의 새 주인이 된 것이다. 롯데는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드는 프로젝트지만 최대한 내실을 기할 계획”이라며 “오는 4월 크랭크 인 하는 것도 배우들 스케줄과 충분한 프리 프로덕션을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 시각특수효과 기술진과 장비를 보유한 김용화 감독의 덱스터가 공동 제작에 참여하는 만큼 중국 투자를 유치한 이 회사의 성장 잠재력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롯데는 지난 연말 정기 인사를 발표하며 엔터테인먼트와 롯데시네마의 차원천 대표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최근 1년간 성적은 신통치 않지만 ‘타짜2’ ‘해적’이 효자 노릇을 했고 CJ로부터 파라마운트 라인업을 가져온 것도 자축할 만한 성과였다. 과연 대작 관리 경험이 적은 롯데가 김용화 감독과 의미 있는 스파크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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