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데뷔 4년차가 된 배우 김고은이 처음으로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첫 드라마 도전작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 원작 팬들의 성원 아닌 성원에 여자 주인공 캐스팅 단계서부터 난항을 겪었던 바로 그 작품이 지난 4일 1회를 방송했다. 쏟아졌던 우려와 달리, 김고은의 호연은 첫술에도 충분히 배가 부를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원작 웹툰의 여자 주인공 홍설은 생각이 많으면서도 강단 있는 대학생이다.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면이 번뜩이는 인물인지라 대충 발랄함만으로 뭉갤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심각함으로 일관하기에는 캐릭터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 터였다. 어려운 역할임은 분명했다.
김고은은 여기에 허술함을 가미했다. 전액장학금은 물론 차석까지 할 정도로 완벽했던 홍설에게 빈틈을 만든 것이다. 원래 이 빈틈은 유정 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드라마에서는 모든 사람이 덜렁거리는 홍설을 알게 됐다. 원작 팬들이 가장 걱정했던 재해석이었다. 그러나 김고은은 원작 속 예민하고 의심하는 홍설도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보다 대중적으로 바뀐 드라마의 홍설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가 됐다.
김고은은 지난 2012년 영화 ‘은교’로 파격적 신고식을 치렀다. 그 이후 ‘영아’, ‘네버다이 버터플라이’ 등에서 주조연을 맡다가 돌연 ‘몬스터’로 이민기와의 투톱 주연 자리를 꿰찼다. 그러더니 ‘차이나타운’에서는 김혜수, ‘협녀 : 칼의 기억’에서는 이병헌과 전도연, ‘성난 변호사’에서는 이선균과 임원희 등 쟁쟁한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반응은 전부 좋지 않았다. 흥행 성적도 마찬가지였다.
‘치인트’ 이전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공통적인 흐름이 있다. 독특하다 못해 파격에 가까운 캐릭터, 어깨를 무겁게 하는 주연, 베테랑 배우들과의 출연 등이다. 전부 신인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들이다. 남들은 연기 변신을 할 때나 맡을 역할들을 연달아 소화해 왔다. 그런 그에게 ‘치인트’야말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가장 나이대에 맞는 역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원작 홍설과의 정확도가 100%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김고은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홍설을 만들어 냈다. 원작은 원작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좋지 않은가.
김고은이 ‘치인트’의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1화를 통해 사라졌다. 이제는 드라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치즈인더트랩’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