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 원작 다 봤습니다…뭐가 달랐나 [치인트 분석②]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05 11: 10

 지난 4일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대망의 첫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자 주인공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은 데다가 원작 웹툰 팬들의 빗발치는 원성에 배우와 제작진들은 속앓이를 했을 것이다. 이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도 좋을 듯하다.
1화에서 공개된 에피소드들의 경우 연출을 배제하면 원작을 충실히 가져왔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캐릭터는 조금 달라졌다. 원작에 비해 미세하게 바뀐 캐릭터들을 짚어봤다.
# 허당이 된 홍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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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으로 무대를 옮기며 살짝 변한 홍설 캐릭터에는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예민하고 의심이 많은 홍설의 날카로움이 무뎌진 대신 20대 초반 대학생의 발랄함이 가미됐다. 또 전액장학금에 차석을 차지할 정도로 철두철미한 홍설은 드라마 속에서 수강신청 프로그램 로그아웃을 하지 않는 실수를 하는가 하면 매번 수업시간을 놓쳐 뛰고, 뛰고, 또 뛴다.
이처럼 덜렁이는 홍설을 반가워하는 시청자도, 꺼리는 시청자도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홍설이 결코 밉지만은 않은 까닭은 공감을 사기 충분한 그의 행동들 때문일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공기처럼 떠다니는 인간관계의 흐름을 예민하게 붙잡았던 원작의 홍설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라 본다.
# 냉탕과 열탕 사이,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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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선배를 3D로 볼 수 있다니!”
‘치인트’에서 유정 역의 박해진 만큼 원작 팬들을 만족시킨 캐스팅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 이전 나왔던 가상 캐스팅에서도 꾸준히 언급됐던 터라 반응도 뜨겁다. 그러나 드라마의 유정도 원작의 유정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현재 그가 홍설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다소 노골적으로 보낸다는 점이다.
원작의 유정은 딱 당사자만 알아챌 정도로 홍설을 괴롭히는데, 1화 속 술을 쏟을 때의 유정을 떠올려 보면 금방 들키겠다 싶을 정도다. 나중 일을 생각하면 현재 드라마처럼 대놓고 홍설을 괴롭히는 유정이 돌연 심경 변화를 일으킬 때 이를 이해시키기 힘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정의 조금 과한 행동도 시청자들에게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한 설정이라 생각하자. 유정의 얼굴이야말로 개연성이니까.
# 그에게도 사연이 있었구나, 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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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트’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상철 선배’는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다. 그는 웹툰 ‘치인트’의 인기와 함께 대학 생활을 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초·꼰대·얌체·무임승차·진상 등 각종 부정적 캐릭터들의 대명사가 됐다. ‘상철 선배’라는 단어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그런’ 의미로 쓰였다.
드라마 속에서도 그의 ‘진상스러움’은 여전했다. ‘소주쌈’이라며 상추에 술을 부어 홍설에게 억지로 먹이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 역시 나머지 등장인물들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강총회비를 횡령하고 홍설의 수강신청을 취소한 상철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취업준비생의 애환이다. 참치와 고추장을 대강 밥그릇에 부어 넣고는 엄마의 걱정어린 전화에 “참치회덮밥 먹고 있다”며 거짓말을 하는 그의 모습이 울컥했다. 드라마 속 상철에게 묘한 연민이 생기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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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치즈인더트랩’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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