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육룡이' 신세경, 절제된 연기의 미학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1.05 10: 49

늘 당당하고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신세경에게도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이 존재했다. 바로 늘 그리운 엄마의 품이다. 그 이름 하나에도 눈물이 차오르는 엄마의 존재를 떠올리며 조심스레 속내를 드러내는 신세경에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도 뭉클해졌다.
신세경은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육룡 중 유일한 여자이자 민초들을 대표하는 분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분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분이 대장'이라 불릴 정도로 똑똑하고 강단 있는 인물. 놀라운 기지로 사람들을 여러 번 위기에서 구해준 바 있는 분이는 이방원(유아인 분)의 정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이는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가슴 속 아픔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 이에 분이는 오라비인 이방지(변요한 분), 연희(정유미 분) 등과 함께 이서군으로 돌아가 자신의 땅에 농사를 짓고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일 방송된 27회에서는 애써 슬픔을 꾹꾹 눌러담는 신세경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통해 분이가 얼마나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 안타까움이 배가됐다. 이날 정도전(김명민 분)은 비밀 조직인 무명의 뒤를 쫓았다. 이들이 양전을 나가기로 했던 3인을 모두 죽이며 정도전의 계획을 방해하기 시작했기 때문.
그 과정에서 이방지는 엄마인 연향을 떠올렸다. 연향은 이방지와 분이 남매가 어렸을 때 잠적한 뒤 행방이 묘연했다. 어린 땅새(윤찬영 분)는 분이(이레 분)와 함께 어머니를 찾아다니다 길선미(박혁권 분)를 만났었는데, 이 때 그는 "연향을 절대 찾지 마라"고 경고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정도전을 통해 연향이 무명과 관련이 있음을 전해 들은 이방지는 분이를 찾아가 "엄니를 찾을 수 있다"며 과거 길선미와의 대화 내용을 들려줬다. 이에 분이는 "괜히 기대했다가 크게 실망할까봐 그런다"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또 분이는 "만에 하나,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이 긴 세월 동안 어떻게 우리를 이렇게 안 찾아? 나는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이서군에 있었는데"라며 엄마에 대한 원망어린 마음을 전했다. 그간 어떤 위기와 시련을 겪어도 절대 기 죽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왔던 분이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분이는 이방지와 재회 하기 전 '난 나 떠난 사람 다신 보지 않아. 생각도 안 해. 오빠도 엄마도 다 잊었어'라고 속말을 한 바 있다. 자라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한 분이는 자신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그 어떤 정도 주지 않게 됐다. 이것이 분이가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음이 여리고 정이 깊은 분이는 이방지를 만나자마자 눈물을 쏟으며 그간 나누지 못했던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는 연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엄마를 향한 분이의 원망이 더욱 애달프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이는 신세경의 깊은 감성이 묻어나는 섬세한 연기를 통해 더욱 빛이 났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얼굴을 돌리고 한숨을 토해낸 뒤 어떻게든 슬픔을 참아내려 하는 모습은 분이가 견뎌온 세월의 무게를 짐작케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과하지 않은 절제된 연기로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는 신세경이 있기에 연향 역 전미선의 깜짝 등장이 더욱 반가울 수 있었다. 앞으로 전미선, 변요한, 신세경은 어떤 상황에서 가슴 절절한 만남을 가지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더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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