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50일 된 신입이지만 벌써부터 베테랑의 냄새가 난다.
백지영 박정아 박지윤 테이. 네 사람의 공통분모는 가수지만, 지난해 11월 MBC 라디오국의 DJ로 발탁되면서 '새내기 DJ'라는 타이틀을 추가했다. 이들 모두 가창력과 입담을 겸비했기에 DJ로서 능력이 충분하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제작진의 평가다.
노혁진 라디오국장은 5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1월 16일에 개편을 진행하면서 네 사람이 DJ가 됐다. 7주 전부터 진행을 한 건데, 시작할 때와 다르게 많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그들의 입담을 칭찬하며 소개했다.
라디오의 매력은 짜릿한 긴장감이 아닐까. 네 사람은 재미와 정보를 주는 MBC 라디오 간판 프로그램을 이끌며 아직은 어색하고 부족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끼와 재능을 발휘, 라디오DJ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백지영은 이날 “제가 ‘별밤’ DJ가 돼서 오히려 더 관심을 받는 것 같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어깨가 들썩여질 정도다. ‘별밤’은 제가 연예인이 될 줄 몰랐을 시절부터 들어온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역대 DJ들이 많았는데 제가 DJ가 돼서 굉장히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MBC표준FM에서 평일 오후 10시 5분부터 자정까지 ‘백지영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고 있다.
백지영은 이날 역대 DJ 이문세를 초대하고 싶다면서 “요즘 드라마 ‘응팔’에서도 이문세 선배님이 진행하던 방송이 나오는데 덕분에 젊은 층에도 어필이 되고 좋은 것 같다. ‘별밤’이 나이대에 상관없이 넓은 연령층에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제가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라디오를 할 때는 마치 방송국 직원처럼 출근해 생방송으로 청취자들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는 백지영. 특히 그는 “라디오를 할 때 만큼은 가장 나다워질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올 때는 피곤한데 귀가할 때는 여느 때보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가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라면, 박정아의 ‘달빛 낙원’은 그녀의 내려놓음과 어리바리함을 엿볼 수 있는 통통 튀는 원색 분위기다. 박정아의 말투가 그대로 연상될 만큼 직설적인 문장을 구사하며, 때로는 스튜디오가 울릴 정도로 웃음을 터뜨리고 거침없는 멘트를 쏟아낸다.
박정아는 이날 “20대에는 아이돌이기도 했고 당시 벽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다 내려놓고 비어있는 방송을 한다”며 “그래서 실수도 많이 했다. 라디오는 저를 좀 더 보여주는 매체인 것 같다. 제 성격대로 솔직하고 거침없이 꾸려나가고 있다”며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을 청취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큰 매력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는 MBC 표준FM에서 매일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박정아의 달빛낙원’을 진행하고 있다.
박지윤도 라디오를 하면서 배운 게 많다고 했다.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지 않은데 라디오를 하면서 짜여진 TV 방송이 아니고,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불쑥불쑥 내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다. 청취자들도 그런 곳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MBC FM4U에서 평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박지윤의 FM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지윤은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에 “박서준 씨를 초대하고 싶다”며 “과거 시트콤을 같이 했었는데 그동안 너무 스타가 돼서 와줄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이날 분위기를 잡은 DJ는 청일점 테이였다. “성시경 형님의 ‘잘자요~’라는 클로징 멘트에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좋은 꿈꾸라’는 내용으로 멘트를 생각해봤는데 제 성격상 ‘제 꿈꾸세요’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제가 강요하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나는 네 꿈꿔’라는 클로징 멘트를 해봤다. 청취자들이 다행히도 ‘부드럽다’ ‘좋다’는 반응이다. 아직까지 더 좋은 멘트가 생각나지 않아서 이 멘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첫 날 해보니 약간 스토커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MBC FM4U에서 평일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테이의 꿈꾸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테이는 이어 “PD님이 제 연애도 걱정해주실 만큼 가족처럼 지낸다”며 “하지만 마음이 불편하다”고 부끄럽게 미소를 지었다. 이날 연출을 맡은 PD가 “올해는 테이 씨가 열애설이 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기 때문.
테이는 끝으로 “저는 감성 변태가 되고 싶진 않다. 생각보다 변태적 성향이 있다고 밝히다보니까 그렇게 비춰진 것 같은데 저는 ‘고품격 음악 방송’을 만들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purplish@osen.co.kr
[사진]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