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과 문채원이 원나잇을 하느냐고?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마음이 '썸'에서 사랑으로 이어져 가는 과정이다.
원나잇은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소재다. 잠깐의 쾌락을 위한 만남이었지만, 결국엔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 다소 진부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유는 그만큼 퇴색해 버린 사랑의 의미를 되찾고자 하는 인류의 염원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5일 오후 서울시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그날의 분위기'(조규장 감독)는 KTX에서 만난 남녀가 원나잇을 놓고 티격태격 다투다가 진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그린 로맨틱 코미다.
유연석은 극 중 자유연애주의, 한 번 찍은 여자는 무조건 넘어오게 만드는 '맹공남' 재현 역을, 문채원은 10년 연애한 남자친구와 권태기를 겪고 있는 '철벽녀' 수정 역을 맡아 하루 동안 시간을 같이 보내는 남녀의 심리를 그려낸다.
수정과 재현의 첫 만남은 부산행 KTX에서 이뤄진다. 여자에게 겁없이 접근하는 재현은 옆자리에 앉은 수정에게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기 시작하고 '철벽녀'의 전형인 수정은 그런 그의 접근이 나쁘지 않지만, 튕겨낸다. 타고난 '맹공남' 재현은 급기야 "오늘 그쪽과 자겠다"고 선언을 해버리고, 수정은 그를 피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닌다.
하지만 둘은 재현이 담당하는 유명 농구선수이자, 수정 회사의 제품 모델 후보로 유력한 진철을 찾기 위해 의기투합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진짜 모습에 빠져들게 된다.
후반부 연결고리들이 진부하긴 하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에게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렸다. 특히 경계를 서서히 풀어가는 수정의 심리는 주목할만 하다. 수정은 원나잇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인물. 그는 처음부터 "자자"고 달려든 남자를 앞뒤 재지 않고 밀어내지만,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재현의 매력에 어쩔 수 없이 빠져들며 여자들의 심리를 대변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조화롭다. 유연석은 부드러운 외모에도 불구, 저돌적인 남자 재현으로 멋지게 변신했고, 문채원은 새로운 사랑 앞에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둘의 '케미스트리'는 보는 것만으로 청량감을 준다. 이는 영화를 볼 때 얻는 일종의 덤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그날의 분위기'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