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이 가상 결혼프로그램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늘 “남자는 조신하게 집에서 살림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그의 모습은 그동안 연애와 가상 결혼을 다뤄온 많은 프로그램에서 그려져 왔던 여성상과는 사뭇 다르다. 주로 남자 출연자에게 이벤트를 받거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김숙은 모든 상황을 자기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이렇듯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솔직한 그의 모습에 여성 시청자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님과 함께 시즌2 -최고(高)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2')에서는 새해맞이 혹한기 캠핑을 떠난 윤정수, 김숙 커플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숙은 윤정수를 데리러 가 다짜고짜 차에 태웠다. 보조석에 앉은 윤정수에게 다가가 안전벨트를 매준 김숙은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차를 몰았고, 이에 투덜거리는 윤정수를 향해 김숙은 “남자가 일찍일찍 다녀야지. 여자가 하는 일에 토를 너무 달아”라며 나무랐다. 또한 운전을 하는 그의 옆에서 윤정수가 의자를 젖힌 채 잠을 청하려 하자 김숙은 어이가 없다는 듯 “여자가 운전하면 남자가 얘기도 걸어주고 웃겨도 주고 귤도 까서 입에 넣어줘야지”라고 다그치며 가모장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가상 결혼 생활을 시작하며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필두로 거액의 계약금을 건 두 사람이지만 녹화를 진행하는 동안만큼은 누구보다도 서로에게 충실했다. 김숙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박나래와 연인으로 출연해 뜨거운 애정을 선보인 바 있었던 윤정수를 향해 “나 싫다, 싫다 하더니 박나래한테 갔더라. 그게 최선이야”라며 1억 천만 원을 요구하는 등 질투를 숨기지 않았다. 이렇게 두 사람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김숙이 준비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바로 캠핑장이었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텐트를 친 두 사람은 장을 보러 매점으로 향했고,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조금씩 집어 드는 윤정수와 달리 김숙은 술을 박스 채 계산대 위에 올리며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했다. 이에 윤정수는 “술 먹이고 날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며 식겁했고, 김숙은 “들켰네”라고 능청스러운 얼굴로 농담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본격적인 식사준비에 들어갔다. 고기를 굽기 위한 불을 피우면서도 김숙은 이를 거드는 윤정수를 향해 “남자는 이런 데 손쓰는 거 아니야. 여자가 하는 일 그르친다, 또”라고 말했고, 윤정수가 채소를 씻으러 간 사이 김숙은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력이 너무 센 탓에 고기는 시커멓게 타고 말았고, 자리로 돌아 온 윤정수가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숙련된 솜씨로 완벽하게 고기를 굽는 그의 모습에 김숙은 “남자가 조신하니 손이 아주 야물딱지다”라며 칭찬했고, “나보단 낫다. 잘 익었네”라고 덧붙여 윤정수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김숙이 하는 말들은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주로 여성이 남성에게 들어왔던 말이기도 하다. 가부장 사회를 그대로 미러링해 가모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김숙의 말은 가부장에 고통받아왔던 여성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연애 버라이어티 안에서 평면적이고 순종적이었던 여성 출연자들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던 이들 역시 자기감정에 숨김이 없고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김숙에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낸다. ‘가모장’ 김숙이 여덕을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님과 함께2'는 스타들의 가상결혼 생활을 그리며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님과함께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