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방송인들이 지상파 인기 예능프로그램 중심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간혹 게스트로 출연해 맹활약하는 경우는 있어도,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자 MC가 중심에 서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 해 연말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수상자 중 유일한 여자 방송인은 배우 김원희였다. 김원희는 시청률 1위인 ‘백년손님’을 이끈 공로로 SBS 연예대상에서 쇼 토크쇼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원희의 최우수상은 그가 이 프로그램의 간판 진행자로서 편안한 재미를 만든다는 점에서 당연한 수상이기도 했다.
3사 연예대상에서 여자 방송인이 단 한 명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고 김원희가 주요 부문 유일한 수상자라는 것은 벌써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남자 방송인에게 간판 MC 자리가 쏠리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나마 여자 방송인의 자존심을 지키던 박미선이 KBS 2TV ‘해피투게더3’와 MBC ‘세바퀴’에서 하차하면서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에만 출연하며 예전만한 위력을 떨치지 못하고 있고, 이영자 역시 지상파 예능은 KBS 2TV ‘안녕하세요’에만 나오고 있다. 이영자는 tvN ‘택시’ 등 케이블 방송은 다양하게 출연하고 있지만 파괴력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신봉선, 박나래, 이국주, 홍윤화, 장도연 등 개그우먼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맛깔나는 양념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진행을 책임지거나 주요 프로그램 중심에 있는 것은 아닌 상황. 이 같은 여자 방송인들이 남자에 비해 예능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은 2007년 종영한 KBS 2TV ‘여걸식스’ 이후 10년 가까이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톱 예능인을 꼽을 때, 그리고 연말 시상식에서 강력한 대상 후보를 점칠 때마다 남자들만 이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일도 10년째 벌어지고 있다.
이는 여자 예능인이 중심이 돼 있는 예능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할 뿐더러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 MBC ‘무한도전’을 필두로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죄다 남자들로 구성돼 있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남자가 다수인 상태에서 여자 예능인들이 섞여있는 구성이 보편화 돼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김구라의 보조 진행을 책임지는 김정민은 이 같이 남자 MC 집중 현상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몇 년간 여자 예능인은 힘들 것”이라면서 “여자 예능인의 몸개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자 예능인이 내 프로라고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지금은 내가 뭘 할 때가 아니라 언젠간 여자 예능인의 흐름이 올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면 남자 MC 집중 현상이 왜 수년째 계속 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PD는 최근 OSEN에 “TV 시청자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다고 본다”라면서 “여자들이 남자 방송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자 방송인이 주축이 되는 프로그램이 나오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과거와 달리 새로운 진행자가 큰 인기를 끄는 일이 쉽지 않은 시대가 됐다”라면서 “현재 주요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MC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 구분 없이 신인 MC들에게 기회가 가지 않고 있다. 제작진으로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남자 인기 방송인이 있는데 신인 방송인이나 중견급 여자 방송인을 메인 MC로 내세우는 모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분석했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