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날의 분위기'(조규장 감독)은 원나잇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관람등급은 15세 관람가.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다. 그만큼 '그날의 분위기'는 원나잇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실상은 처음 본 두 남녀가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에 집중한 정통 로맨틱 코미디다.
'그날의 분위기'에서 타인이었던 남녀가 극적으로 얽히게 되는 계기는 "오늘 그쪽과 잘 것"이라는 남자 주인공 재현(유연석 분)의 말이다. KTX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은 흔한 우연이지만, '맹공남' 재현의 적극적인 대시와 그런 그의 말에 진저리를 치는 '철벽녀' 수정의 반응으로 인해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원나잇은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소재다. 잠깐의 쾌락을 위한 만남이었지만, 결국엔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 다소 진부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유는 그만큼 퇴색해 버린 사랑의 의미를 되찾고자 하는 인류의 염원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날의 분위기'에서 두 주인공은 서로 다른 연애관으로 티격태격 다툼을 한다. 수정은 10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있지만, '의리'를 저버리지 못해 헤어진 것만도 못한 시들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 반면, 재현은 여러 여자들을 사귀며 진짜 사랑이 아닌 연애를 반복한다. 전형적인 '가는 여자 안 잡고 오는 여자 안 막는' 스타일.
두 사람은 '원나잇'을 소재로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인다. 물론 '원나잇'을 반대하는 수정의 일방적(?)인 방어가 논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재밌는 것은 수많은 원나잇을 경험한 재현이지만, 오히려 수정과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망설임을 보인다는 점. 결국 이 영화는 둘의 관계 변화를 통해 원나잇이라는 특정한 형식의 만남에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조규장 감독은 언론배급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19금 영화였던 '극적인 하룻밤'과의 비교 질문에 대해 "두 사람이 밀고 당기기를 하는 (소재가)게 성담론이긴 하지만, 우리는 귀엽고 동화적인 느낌이다. 배우들의 캐릭터 외모도 그런 점을 갖고 있고, (그래서 영화도) 그런 면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의 말에서 왜 이 작품이 19세 아닌 15세 관람가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들에 열광하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태연하게 순수하고 예쁜 이야기를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미덕이다.
한편 '그날의 분위기'는 KTX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두 남녀가 하룻밤을 걸고 벌이는 '밀당' 연애담을 그린 작품. 오는 14일 개봉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그날의 분위기'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