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의 억누른 표정 한 컷이면 됐다. 억눌렀으니 앞으로 터질 순간만 남았다.
유아인은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신경수)에서 가슴 속 자신만의 정의를 품고, 조선 건국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청년 이방원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유아인은 목표한 바를 이뤄내고자 하는 이방원의 넘치는 행동력과 빛나는 기지를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더욱 특별하고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 중이다.
극중 정도전(김명민 분)은 이방원을 통제하기 어려운 '폭두' 같다고 했다. 예측할 수 없어 더욱 위험한 존재라는 의미다. 지난 5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28회에서 이방원은 자신의 폭두 같은 기질을 억눌렀다. 꾹 다문 입과 굳은 표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방원의 성격을 알기에 더욱 일촉즉발의 상황같이 느껴졌다.
이날 이방원은 정도전의 생각에 반기를 들었다. 정도전은 정몽주(김의성 분)가 새나라 건국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정몽주가 나라를 운영할 인재를 길러낼 발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진실된 대업을 위해선 정몽주를 설득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정도전에 이방원은 팽팽히 맞섰지만, 정도전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방원은 정몽주에 대한 의심은 걷지 않았다. 혹여 정몽주가 다른 생각을 품진 않을까 감시했다. 이방원은 정몽주가 정창군 왕요와 접촉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정도전을 다그쳤지만 돌아온 것은 "네 놈이 믿고 안 믿고는 중요치 않다"는 정도전의 호통이었다. 이방원은 한숨을 내뱉듯 말을 삼키며 정몽주의 일에 관여치 않겠다 답했다. 이후 이방원은 무명조직의 실체를 잡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펼쳐내 쫄깃한 전개를 이끌었다.
이날 유아인은 억누르지만 그 속에 담긴 끓어오르는 욕구를 단단한 표정으로 감춰내듯 표현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그 누구보다 무서운 추진력을 발휘하는 이방원이기에, 본성을 터뜨릴 듯 누르는 유아인의 절제된 연기에서 오히려 시청자들은 긴장감을 느꼈다. 복잡한 감정을 응축시키는 유아인의 내공 있는 연기가 장면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 것이다.
이렇듯 억눌렀기에 더욱 크게 폭발할 이방원의 킬방원 본능이 매 작품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배우 유아인을 만나 어떤 특별하고도 색다른 매력으로 그려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