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의 남편은 누가 될 것인가.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이 시작할 때부터 종영을 바라보는 현 시점까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초반에는 선우(고경표 분), 정환(류준열 분), 택(박보검 분)을 포함해 3명의 후보로 나뉘었는데, 강력한 후보로 꼽히던 선우가 보라(류혜영 분)를 2년 동안 좋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나서 정환과 택으로 후보가 압축됐다. 물론 ‘응팔’이 반전의 재미가 가득한 드라마라서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기에 덕선(혜리 분)의 남편으로 동룡(이동휘 분)을 배제할 순 없다.
제작진과 곧바로 연락이 가능한 기자들 역시 덕선의 남편이 누가 될지 솔직히 정말 궁금하다. 출연 배우들도 다음 회차의 내용을 모를 정도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보안유지에 힘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궁금하다고만 대답할 수는 없기에 나름대로 답변을 정리해놓고 있다. 덕선의 남편이 되려면 적어도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단 이 두 가지는 기자 스스로 정리한 것이므로 주관적일 수도 있음을 밝힌다.
첫째는 첫사랑과 결혼에 골인하는 순정남이다. 사실 첫사랑은 누구나 겪는 일상적인 것이다.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이고, 상당수가 짝사랑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마음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소꿉친구로 자란 그가 사춘기를 겪으며 첫사랑의 감정을 갖게 됐고, 나이가 들면서도 덕선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바보 같은 순수함과 열정, 순애보를 지닌 인물임이 틀림없다.
둘째는 덕선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다. 공부를 못하고, 춤추고, 영화보기를 더 좋아하는 덕선. 왁자지껄한 성격을 지닌 그녀를 이끌어주기 위해서는 단번에 사로잡는 상남자다운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40대가 된 덕선(이미연 분)은 여전히 할 말은 하고 살며 고분고분하지 않은 인물로 그려졌다. 물론 간질 질환이 있는 친구를 제일 먼저 감싸줄 정도로 마음만큼은 '미스코리아 급'이지만. 남편은 덕선과 친구로 지내면서도 어렵고 힘들 때 모든 것을 감싸안아 줄 따뜻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이제 현재 거론되는 예비 후보들에게 적용해보자. 40대가 된 남편을 연기하는 김주혁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녔다. 제작진이 원했든, 배우 김주혁이 그 캐릭터를 제 스타일에 맞게 해석했든 잘 맞아 떨어진다. 눈길을 끄는 점은 그의 말투와 행동이 정환에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차갑게 툭툭 내던지는 멘트, 덥수룩한 헤어스타일,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덕선과의 호흡이 정환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다음 후보인 택은 바둑과 덕선 밖에 모를 정도로 순진무구하다는 점이다. 이에 '희동이'라는 별명도 붙지 않았나. 물론 김주혁과 택의 성격이 매치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는데, 택이 친구들보다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했고 어른들과의 의사소통에 차츰 익숙해지면서 조심스럽고 진중한 성격이 능글맞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주혁이 왼손잡이라고 알려진 택이처럼 왼손으로 컵을 들고 있고, 동생 노을(최성원 분)의 성인 역할인 우현에게 말을 놓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 장면을 통해 어려운 사람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택이의 성격과 크게 일치해 정환인지 그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앞으로 4회 분량만 남았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기에 섣부르다. 8일 방송되는 17회부터 1989년이 아닌 5년 뒤 1994년의 모습이 등장해서다. 현재 고3인 쌍문동 5인방이 24살로 껑충 뛰는 것이다. 때문에 확 달라진 인물들의 변화에 따라 덕선의 남편이 또 다르게 그려질 수 있다.
덕선의 남편이 궁금한 이들이여. 조금만 기다려보자. 이제 ‘특공대’(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에서 ‘품절녀’로 거듭날 덕선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가 왔다./ purplish@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