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치인트’ 번개 같은 전개, 시청자 붙잡았다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06 10: 03

 단 2회 만이다. 지난 4일과 5일 연이어 방송된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 반쯤은 돌아서 있던 시청자들의 마음이 봄 눈처럼 녹았다. 얼굴로 개연성을 만드는 출연진, 귀신 같은 캐스팅이 크게 한몫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치인트’의 매력은 그 뿐만 아니다. 번개 같이 빠른 전개 또한 보는 이들의 마음을 꼭 붙들었다.
원작 웹툰의 애독자라면 ‘치인트’ 1화가 끝난 뒤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유정(박해진 분)은 숨기고 싶던 내면의 그늘을 홍설(김고은 분)이 포착했다고 생각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원작에서는 이 과정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했지만 드라마는 달랐다. ‘홍설이 유정의 등쌀에 휴학을 결심하게 됐다’는 내용을 큰 흐름으로 전개하지 않고 하나의 에피소드로 압축한 것이다.
그 덕에 곧바로 본론이 시작됐다. 돌연 ‘홍설바라기’로 얼굴을 바꾼 유정의 행동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함을 자아냈다. 유정은 상철(문지윤 분)의 농간으로 전교생이 꺼리는 강 교수(황석정 분)의 수업을 듣게 된 홍설을 따라 시간표를 바꾸기도 하고, 강의실 뒤편에서 홍설을 보고 있다가 필요한 것들을 건네기도 한다. 박해진의 출세작인 KBS 2TV ‘소문난 칠공주’ 속 연하남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애교 섞인 미소도 압권이었다. 로맨스 소설에 나올 법한 설정들은 전부 차치하고라도, 자신을 못 본 척하는 홍설의 팔을 두드리며 굳이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는 유정의 평온한 모습이야말로 설렘 포인트였다.

홍설과 남주연(차주영 분)의 에피소드를 포함한 모든 갈등이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금방 해결됐기 때문에 드라마가 어렵게 느껴질 틈이 없다. 모든 갈등의 중심에 있는 유정과 홍설도 더 돋보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애초에 이야기가 홍설 시점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원작을 어느 정도 보지 않고서는 왜 유정이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야기가 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한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미 알고 시작하는 즐거움 보다는 알아가는 묘미가 있는 것이다. 이는 드라마의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드라마의 정체성을 이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이 드라마에는 적어도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상쾌하게 시작한다는 미덕도 있다.
이처럼 번개 같은 이야기 진행이 향후 어떤 전개의 복선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이 드라마 초반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주효한 것만은 확실하다. 예고편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다음 회차 내용들만 봐도 전개 속도가 ‘LTE급’이다. 방송 전 시청률 5%를 넘으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내 건 출연진의 공약, 지킬 때가 머지 않은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치즈인더트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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