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남동생은 아니다. '국민 아기사슴'의 탄생이다.
배우 박보검은 tvN '응답하라 1988'이 낳은 최고 수혜자 중 한 명이 될 전망이다. 극 중 천재 바둑기사 최택 캐릭터로 열연 중인 박보검은 혜리(덕선 역)의 남편 후보로 류준열(정환 역)과 팽팽한 대립을 펼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소 느슨해지기 마련인 삼각 러브라인이 '짱짱'한 이유에는 박보검의 매력이 크게 한 몫한다.
남자 라이벌 구도 중 그간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밀크남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최택은 드라마 속에서 보호 본능, 모성애를 자극하는 지켜주고 싶은 남자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기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정환의 아버지가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때처럼.
바둑 말고는 눈치도 없고 잘 하는 것도 없어보이지만 비상한 두뇌와 감각은 한 순간의 눈빛을 통해 드러난다. 택이 정환이가 덕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정환의 표정을 보고 깨달을 때 지은 표정은 한 순간 오싹했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평소에는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대국에서 진 상대방을 향해 건네는 말은 깊은 울림이 있다.
이런 다층적인 매력이 있는 택은 박보검을 통해서 단단하게 완성됐다. 류준열과 사뭇 다른 느낌과 매력으로 극에 풍부한 조화를 이루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언젠가 봤던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바로 일명 '국민 아기사슴'이라 불리는 캐릭터다. 이는 국민 남동생이나 밀크남과는 또 다른 지점에 있다. 국민 남동생이 남자보다는 소년이나 예쁜 아이 같은 매력으로 누나들의 동심을 일깨우고, 밀크남이 부드러운 매력으로 포근하게 감싸지만 어딘지 모르게 '츤데레'에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 국민아기사슴은 다르다. 실제로 정환이 남편이 되길 응원하면서도 택이 가슴 아픈 건 싫다는 반응을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눈'이다. 깊이 있는 맑은 눈이 서정적이나 한 순간 묘하게 도발적인 느낌도 묻어난다. 순수하게 어필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어딘지 모르게 착하게 만드는 듯한 힘이 있지만 항상 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박보검은 앞서 '너를 기억해'나 '내일도 칸타빌레' 등으로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응답하라 1988'을 통해서도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가 가진 마스크가 최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이다. 전에 이런 '아기사슴'류의 배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박보검이 독자적으로 이 캐릭터를 완성한 부분이 확실히 있어 보인다. / nyc@osen.co.kr
[사진] OSEN DB,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