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정형돈에게 2015년은 가장 빛났으면서도 너무나도 힘겨운 해였다. ‘4대천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그의 마음속에서 커져가는 아픔을 발견했다. 이렇게 잠시 방송가를 떠났던 그가 결국 3개월 만에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하차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건강상의 이유로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 전까지 정형돈이 출연하고 있던 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 ‘냉장고를 부탁해’, K STAR ‘돈 워리 뮤직’이었다. ‘돈 워리 뮤직’은 사전에 촬영이 모두 완료된 터라 예정된 편성대로 방송이 됐고, 남은 프로그램은 정형돈의 자리를 비워두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냉장고를 부탁해’는 하차하고, ‘무한도전’과 ‘주간 아이돌’은 돌아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역시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2MC 정형돈과 김성주의 역량으로 이 정도 인기까지 끌어올린 것도 있지만, 포맷 자체가 셰프들의 몫이 큰 프로그램이다. 스튜디오 안에서 셰프들이 요리로 대결하고 이를 중계하는 역할을 MC들이 담당해왔다. 또한 2MC의 지속적인 호흡이 중요하다. 정형돈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제작진은 대체 MC를 구해왔다. 그러나 섭외의 어려움으로 제작진에게 더 이상 부담을 줄 수 없었다는 것이 정형돈 측의 뜻.
이에 반해 ‘무한도전’과 ‘주간 아이돌’은 정형돈의 색채가 강했다는 점이 그가 끝까지 프로그램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됐다. 지난 2011년 첫 방송된 ‘주간 아이돌’은 현재 아이돌그룹이라면 꼭 나오고 싶은 프로그램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아이돌만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치고 팬덤에서도 이토록 환영받고 보편적 웃음을 주는 예능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정형돈에게 있었다. 얼굴을 알리기 힘든 신인 아이돌그룹의 캐릭터를 ‘몰이’를 통해 잡아준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자체에 정형돈 색깔이 묻어난다. ‘주간 아이돌’ 역시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2MC 체제이지만 그가 차마 떠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 예능 ‘무한도전’은 또 어떠한가. 애초에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에 새 멤버 광희까지 아이돌그룹 같은 색깔을 띠고 있다. 멤버마다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이 주어져 있고, 탈퇴와 합류 하나하나에 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기 때문. 이 점은 멤버들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처럼 끝까지 책임감을 보여준 정형돈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더욱 뜨거운 응원을 보내며 다시 그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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