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로 잠정 방송 중단을 선언했던 개그맨 정형돈이 결국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하차했다. 제작 관계자와 동료들이 정형돈의 쾌유와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던 상황에서 이는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운 소식이겠지만,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정형돈의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정형돈의 소속사 FNC 엔터테인먼트는 6일 불안장애 치료를 위해 지난해 11월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정형돈의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하차 소식을 알렸다.
FNC 측은 "현재 좀 더 안정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이처럼 복귀 일정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체 MC 섭외의 어려움 등으로 더 이상 제작진에 부담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명확히 하차 입장을 밝히고 새로운 고정 MC 체제에서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냉장고를 부탁해'를 아껴주시는 시청자를 위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하차 이유를 밝혔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지난 11월 30일 신승훈, 박찬호 편을 끝으로 정형돈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대체 MC를 투입해 방송을 진행해오고 있다. 제작진은 물론이고 동료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형돈이 하루 빨리 완쾌해 복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애정을 드러내왔다. 특히 '냉장고를 부탁해'의 짝꿍이었던 김성주는 'MBC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뒤 "이상하게 저와 호흡이 잘 맞는 분들은 공황장애를 앓고 계신다"며 정형돈이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알렸다. 하하 역시 정형돈에게 꼭 돌아오라고 전한 바 있다
물론 허경환, 장동민, 이수근 등이 정형돈을 대신해 김성주와 만족스러운 호흡을 맞췄지만 그동안 정형돈이 보여줬던 활약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새로운 MC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정형돈은 이 과정에서 제작진이 겪게 될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생기게 되는 빈틈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안정성이 저해될까 우려했고, 이는 '냉장고를 부탁해'의 시청자들에게도 좋지 않을 거라 판단해 결국 어렵게 하차를 결정하게 됐다.
그가 얼마나 '냉장고를 부탁해'를 아끼고 있는지, 또 예능인으로서 시청자들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진심이 얼마나 묵직한지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비록 그가 '냉장고를 부탁해'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 됐지만, 이를 통해 정형돈이 자신을 누르고 있던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parkjy@osen.co.kr
[사진] FN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