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속에는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분량 상관없이 등장만 했다하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들이 꽤 많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남자 검객들 못지 않은 무술 실력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화사단의 흑첩 비월 역의 안지혜다.
비월은 화사단의 초영(윤손하 분)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미녀 자객. 안지혜는 이런 비월을 화려한 액션 연기는 절도 넘치는 대사,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등으로 표현해내 첫 등장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도 비월은 이방원(유아인 분) 등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실제 만나본 안지혜는 복면을 쓰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또한 얼굴에서 한 시도 떠나지 않는 미소와 조곤조곤한 말투, 침착하고 상냥한 성격 등은 안지혜만의 매력 포인트였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 기계체조 선수로 활약했다던 안지혜는 우연히 한 뮤지컬의 여주인공을 맡게 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물론 그 때까지만 해도 교직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단순히 경험 삼아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교생 실습 후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에서 계속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도전을 하게 됐다고 한다.
"저는 선수보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을 하셨고요.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아르바이트 다니면서 연기 공부를 하고, 계속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렸더니 1년 정도 지난 후에는 '그렇게 좋으면 해봐라'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누구보다 더 많이 응원을 해주세요."
그렇게 처음 맡은 작품이 JTBC 드라마 '맏이'였다. 안지혜는 "제가 바보 역활을 맡았었거든요. 그래서 오디션장 문을 여는 순간부터 바보 흉내를 내면서 들어갔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오디션 본 그 날 두 시간만에 연락을 주셨어요"라고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육룡이 나르샤' 신경수 PD의 전작인 '쓰리데이즈'에 경호원 역으로 출연을 한 바 있는 안지혜는 끝없는 노력을 통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연기자이기도 하다. 신경수 PD가 사극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무작정 액션스쿨에 가서 훈련을 받았다는 것. 안지혜는 "PD님이 주시면 어떤 역할이든 잘해야 하니까 몸 쓰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PD님께 감사하게도 저에게 오디션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죠"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안지혜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기계체조 선수 출신 이력을 십분 살려 대역 없이 모든 액션 연기를 소화해내고 있다. 물론 체조와 검술은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이나 잘 안 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넘쳐나는 호기심으로 현재까지는 별 무리없이 액션 연기를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연기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여서 속상할 때가 많다고. 그는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데 항상 많이 모자라고 잘 안 되다 보니 화가 나기도 해요. 그래서 촬영 없는 날 현장 가서 선배님들 연기하시는 거 보고 많이 배우려 해요. 늘 선배님들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놀랍고 감동이 느껴져요. 특히 현장 가면 김명민 선배님이 연기에 대해 많이 물어봐주시고, 잘 챙겨주세요. '모르는 거 있으면 어려워하지 말고 물어봐라'고 말씀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김명민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안지혜는 유아인과의 촬영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유아인 선배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가 호흡을 놓쳐서 대사가 조금 늦혀졌어요. 그 때 유아인 선배님이 작은 목소리로 제 대사를 살짝 가르쳐주셨어요. 그래서 다시 호흡을 찾아서 NG를 안 낼 수 있었죠. 선배님께 정말 감사했어요. 저와 같이 붙는 신이 많지는 않은데 늘 자상하세요. 현장 분위기도 잘 잡아주세요."
처음에는 극 중 이름 없이 '흑첩1'로 연기를 했지만 어느 새 비월이라는 이름을 얻게 돼 기쁘다고 말한 안지혜는 수애, 하지원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수애 선배님은 단아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시잖아요. 그런 매력을 배우고 싶어요. 또 하지원 선배님은 밝고 명랑하지만 깊이 있으세요. 또 최선을 다해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두 분과 같이 연기를 하면 날아갈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으로 안지혜는 '우리 결혼했어요'와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고 싶다며 "저의 진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앞으로 더 정진하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말갛게 웃음 지었다.
"제가 연기를 하기 전 많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많이 웃고 울었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요. 저 또한 시청자들께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parkjy@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