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슈퍼맨이다.
‘달콤살벌 패밀리’ 정준호의 애잔한 먹방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믿고 따르던 사람의 배신으로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졌는데 그럼에도 사랑하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고달픈 나날들을 실감 나고 위트 있게 표현했다. 코믹 연기로 정평난 정준호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순간이었다.
정준호는 ‘달콤살벌 패밀리’에서 충심파의 보스 윤태수를 연기한다. 백회장을 아버지처럼 끔직하게 따르면서도 정작 남편, 아빠로 불리는 것을 더 큰 행복으로 느끼는 가정적인 남자다. 그가 이하정과의 결혼과 아들 출산 이후 한층 무르익은 생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달콤살벌 패밀리’(극본 손근주 김지은, 연출 강대선)에서 윤태수(정준호 분)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어렵사리 생계를 책임지는 모습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는 백회장(김응수 분)이 이끄는 충심건설에서 쫓겨났고, 전만큼 높은 수입을 내기 어려워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의 책임감은 항상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데 특히나 시간과 돈을 쪼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은 특히나 먹먹했다. 태수는 아내 은옥(문정희 분)과 아이들에게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서라도 먹여 살리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차 안에서 허겁지겁 먹었다. 고객들에게 전화가 올까싶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자신의 죄를 덮으려는 백회장의 수작이 극에 달했다. 태수의 집에 방역업체를 가장한 사람들을 보내 녹음기를 찾으려고 했다. 화가 난 태수가 그를 협박하며 교도소에서 나왔지만 태수, 기범(정웅인 분) 부자의 비열한 행동은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태수의 아들(이민혁 분)을 공략해 그 ‘녹음기’를 빼앗았지만 태수의 눈치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앞으로 벌을 받게 될 백회장과 태수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정준호가 일상에서도 태수로 살만큼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충청도 사투리로 얘기해야 하지만 흐름을 깨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집중도를 높인다. 특히 조폭에 아버지라는 색다른 캐릭터에 깊이를 더해가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간 영화에서 조폭 역할은 자주 맡았었지만 이번에는 어깨에 힘을 뺐다. 가장의 애환이 추가돼서 그런지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달콤살벌 패밀리’가 시청률 면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데 정준호의 짠내 나는 부성애를 느껴지 못한 사람들이 나중에 땅을 치며 안타까워할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달콤살벌 패밀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