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에게서 황정음이 보인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1.08 09: 00

 혜리와 황정음.
외모만큼이나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라곤 없어 보이지만 걸그룹 출신 연기자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사실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무대와 촬영장을 오가며,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고 있기에 공통분모로 잡은 것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요즘 정말 뜨거운 여자다. 남녀노소, 연령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며 사랑받고 있다.
혜리는 화제의 드라마 tvN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에서 여주인공 덕선 역을 맡아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고 있다. 황정음은 지난해 MBC 드라마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로 연이어 홈런을 날리며 최우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둘러싼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다.

혜리가 소위 ‘발연기’ 꼬리표를 떼고 이제 막 주목받는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왠지 황정음의 발자취를 그대로 걷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녀 역시 슈가에서 막 탈퇴하고 연기자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을 때 우려의 시선을 받았지만 논란을 접고 당당히 대표 여배우로 거듭났다.
‘응팔’에서 혜리는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며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높인다. 둘째 딸로서 설움을 드러낸 것은 공감을 안겼고, 박보검과 류준열의 사랑을 받는 덕선의 모습은 부러움을 자극하며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혜리는 덕선 캐릭터를 본인 말고 다른 인물이 생각나지 않게 만들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 초반의 우려는 깨끗하게 날려버린 것. 촌스러운 메이크업에 엽기적인 표정, 홀라당 깨는 댄스 동작까지. 웬만한 걸그룹 멤버였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아니 하지 않았을 터다. 좋은 작품에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혜리의 결심을 매회 느끼고 있다.
황정음도 마찬가지다. 귀여운 외모와 볼륨감 넘치는 늘씬한 몸매로 주목을 끌고 있지만 연기를 할 때만큼은 자신을 내려놓는다. 홍조를 띤 얼굴에 폭탄 머리를 하고선 늘어난 티셔츠를 입었을 때부터 외모보다 연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외모가 경쟁력인 20~30대 여자 연예인들이 예쁘게 보이는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주어진 캐릭터만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충성스런 사랑을 보내는 남성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혜리가 기존의 여자 연기자들이 데뷔 초 보여준 연기 수준을 훨씬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스킬보다 현장에서 터득한 감과 감독의 디렉팅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물이 오른 만큼 앞으로 보여줄 그녀의 매끈한 연기가 기대된다. ‘응팔’을 통해 혜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purplish@osen.co.kr
[사진]tvN·MBC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