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잊말' 정우성, "당신의 사랑도 판타지예요" [인터뷰]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01.07 10: 52

 배우 정우성(42)은 여전히 운명적 사랑을 꿈꾼다. 그리고 모두의 사랑은 다 판타지라고 말한다. 먹고 살기 바빠 사랑을 표기한 청춘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 앞에서 이 같은 사랑 예찬론은 어쩐지 딴 나라 이야기일 수도, 혹은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위로일 수도 있겠다. 살을 에는 추위에 옷깃을 더욱 여미게 되던 어느 날 아침, 정우성을 만났다.
정우성은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변호사 석원 역을 연기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에 이어 또 다시 기억과 사랑을 말하게 된 그는 OSEN에 “기억에 대한 멜로를 한 편 더 할 수 있다는 것, 연장선에 있는 작품을 하는 건 관객에게 재밌는 제시가 될 것 같다”며 “전혀 다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비슷한 전작에 대해 흥행과 작품성에 있어 비교되리란 우려는 없었다”고 말했다.
석원의 앞에 나타난 진영(김하늘 분)과 사랑에 빠지는 달달한 신들은 멜로 영화로서의 본분인 연애세포를 깨운다. 그러나 정우성의 비주얼 때문일까. 두 사람의 사랑을 두고 판타지라고 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정우성은 “사실 사랑은 다 판타지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계속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나. 그걸 다 판타지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내 사랑이 얼마나 판타지인지 직시하지 못하는 거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의 말은 사랑을 삶에 있어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이 가혹하다 보니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 바라보고 보살필 여유들이 없으니까 사랑은 내 스스로에게 부담되는 버거운 감정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은 사랑만큼 치유되는 감정이 없다. 그래서 사랑은 늘 판타지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랑에 대한 판타지는 때때로 한정된 형태로 강요돼 왔다. 잃어버린 비극적 사랑, 신데렐라 같은 사랑만이 판타지인 것처럼 말이다. 정우성은 “예전에는 잃어버린 사랑에 대해 강요받았다. 안타까운 사랑만이 판타지인 것처럼. 이뤄지는 사랑이어도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게 판타지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평범한 사랑이 다 판타지 아니냐. 길을 걷고 손을 잡고 웃으면서 행복해 하는 순간 찰나가 얼마나 값어치 있는 순간이냐. 애를 낳고 같이 살면서 치대면서 그 감정들 말이다”며 이 점을 안타까워했다.
어쩌면 이런 ‘모든 사랑은 판타지여야 한다’는 그의 말은 영화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신인감독 이윤정 감독의 ‘나를 잊지 말아요’가 톱스타 정우성의 손을 거쳐, 정우성의 얼굴을 통해 장편으로 세상에 나온 과정은 마치 ‘판타지’ 같다.
그는 “이윤정 감독을 안 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때부터다. 시나리오 습작에 관심이 많은 걸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단편 영화를 봤는데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영화를 꿈꾸는 어린 친구였다는 걸 알게 됐다. 나에게 시나리오를 하고 싶지만 ‘감히 할까,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막연한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다. 선배를 꿈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실질적으로 같이 작업하는 동료의식을 못 갖는 게 저에겐 큰 자극이었다”며 이번 영화를 선택한 계기를 전했다.
톱스타에 대한 틀을 깨고 현실로 만든 것은 정우성이었다. 그는 “후배들이 꿈에 대한 도전의식이 과감해야 하는데 소심하게 위축돼 있다. 저 역시 영화에 나의 꿈을 펼치는 사람으로서 주저함은 없었다”며 “저도 구세대가 돼 가는데 구세대와 신세대의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고 저 역시 기회를 잃는 것 아니냐. 장식장을 깨고 나오는 건 선배의 몫”이라고 전했다.
후배들에 대한 애정은 영화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현장에서 받은 것도 많고 즐겁다. 같이 작업하는 동료들이 일에 대한 즐거움을 내가 느끼는 감정만큼 공유했으면 좋겠다. 받았으니까 나눌 수 있는 시점을 더 일찍 시작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낼 정도. 그는 “지금 촬영하고 있는 거 열심히 촬영하고 잘하는 게 목표”라며 새해에도 쉼 없이 달릴 것을 약속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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