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진이 2016년부터 또 한 번의 성공을 일궈냈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주연을 맡아, 무려 4%대 시청률을 거머쥔 것.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함께 tvN을 '드라마 강국'으로 제대로 쌍끌이 하는 중.
'치즈인더트랩'의 가장 큰 재미요소는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라는 장르인데, 그 중심에 박해진이 연기하는 '유정' 캐릭터가 있다. 연이대학교 경역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유정은 집안, 외모를 겸비한 완벽 스펙남. 하지만 1~2회 내내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묘사됐다.
웃는 얼굴로 "밥먹자"며 여주인공 홍설(김고은)의 주변을 맴돌며 위기의 순간마다 구해주는 흔한 '백마탄 왕자님' 같다가도, 가끔씩 불쑥 돌발적인 무표정으로 변해 섬뜩함을 자아내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형성된다. 그런 양면성을 알아챈 설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시청자들도, 그가 잘해주고 웃을 때마다 자연스레 무장해제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박해진의 모습은 앞서 2013년 방영돼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휘경과 2014년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한꺼번에 떠올리게 만든다.
'별그대' 속 이휘경은 천송이(전지현) 곁에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자상남으로, '나쁜녀석들' 이정문은 강력범죄자들 틈바구니에서 무표정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로 등장했다. 유정선배가 보여주는 밝음은 이휘경의 따뜻함과 달달함을, 섬뜩함은 이정문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박해진이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며 꾸준하게 연기 내공을 쌓고, 작품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오래 연구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이제껏 가능했던 일. 결국 '치즈인더트랩'의 로맨스릴러를 전담하고 있는 유정 선배가 있었기에, 인기 원작팬들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 역시 모두 해당 작품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물론 만화를 찢고 나와 걸어다니는 듯한 싱크로율은 보너스다. / gato@osen.co.kr
[사진] '치즈인더트랩'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