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악당이다.
배우 남궁민의 착한 얼굴에서 이렇게까지 야비하고 표독스러운 표정이 나올 줄은 몰랐다. 아니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선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어서다. 그런데 왠지 모를 매력도 묻어난다. 물론 그동안 악역을 맡은 적은 있었지만 ‘리멤버’ 남규만은 가히 역대급이다. 그동안의 악한 캐릭터들을 완전히 묻어버렸을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남궁민은 수목극 1위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에서 일호그룹 남일호 회장의 아들로서 기업을 이을 후계자 남규만을 연기한다. 핵심계열사인 일호 생명 상무인데 끝 없는 탐욕을 드러내며, 재벌 기업 문화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리멤버’ 8회에서 남규만은 서재혁(전광렬 분)도 모자라 자신의 살인죄를 밝히려 고군분투하는 변호사 진우(유승호 분)에게 살인 누명을 씌웠다. 진우가 재혁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재심 청구를 하자, 진우까지 살인자로 사건을 조작한 것이다. 진우가 가지고 있던 규만의 비자금 파일은 진우를 남몰래 돕고 있는 박동호(박성웅 분)로 인해 규만에게 넘어간 상태. 여기에 진우를 돕기 위해 진범을 찾던 이인아 검사(박민영 분) 역시 공격을 받아 쓰러졌다.
남규만의 세상에는 두려울 게 하나도 없다. 자신의 말 한마디면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아독존에 아전인수란 말이 그를 표현하는 정확한 말일 것이다. 그가 더 무시무시한 이유는 바로 남궁민의 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쁜 놈'을 만났지만 남궁민 표 악역이 머리에 남는 것은 모두 그의 연기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리라.
남궁민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 안면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닭살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말투로 등장할 때마다 장면을 장악한다. 마치 실제 이런 인물이 살아있지 않을까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진짜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오빠 말 좀 잘 새겨들어라” “향이 참 좋구나” “재심 재판 나가리 났다 잖아”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이치잖아요” 라는 대사가 그랬다.
남규만을 연기하는 남궁민의 2016년 한 해가 밝다. 이번 드라마를 끝내고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크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착한 남자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리멤버’에서 보여주고 있는 남궁민의 연기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purplish@osen.co.kr
[사진]'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