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울다가 웃기를 반복했다. 인생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고3 수험생의 대학 합격기,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부모님의 소원, 새 가정을 꾸린 중년부부까지. 2주 만에 돌아온 ‘응팔’이 한겨울 한파를 녹이는 훈훈한 스토리로 재미와 감동을 안겼다.
겨울에는 역시 훈훈한 가족·로맨스 드라마가 제격이다. 어느새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드라마로 떠오른 ‘응팔’이 눈물, 콧물을 쏙 빼는 이야기로 추위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준 것이다.
지난 8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 17회는 1989년 봄에서 1994년 가을로 흘러간 세월이 담겨 시선을 모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19살 수험생활을 거치고 어느새 24살 어른이 된 쌍문동 5인방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으로 남은 3회 동안 이들의 러브라인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고3을 시작한 덕선(혜리 분), 선우(고경표 분), 정환(류준열 분), 동룡(이동휘 분)은 1년 동안 코피를 쏟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독서실에서 대놓고 잠만 자던 동룡과 덕선도 대입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 재수를 하게 됐다.
전교 회장이었던 선우는 어려운 집안 사정을 고려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연세대 의대에, 축구도 공부도 잘했던 정환은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부모님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덕후’ 정봉(안재홍 분)도 고생 끝에 성균관대 법대에 합격해 힘겨웠던 7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재수를 성공적으로 마친 덕선은 승무원이 돼 제법 숙녀 티를 냈다. 동룡은 여전히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남자로, 택(박보검 분)은 바둑계 대목으로 자라있었다. 111국을 치르며 자신의 기록을 세 번이나 경신했다.
‘쌍문동 5인방’이 이처럼 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원하는 일을 하길 바란다는 그들의 애틋한 사랑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성동일-이일화, 김성균-라미란, 최무성-김선영, 유재명의 연기 조화가 돋보였다. 부모의 사랑을 풀어낸 진심 섞인 연기는 재미있고 따뜻했다.
무성과 선영이 재혼하기로 한 데서 시청자들의 호응이 높아졌다. 이날 사랑을 이어오던 많은 커플들이 깨졌는데 유일하게 결실을 맺어서다. 무성은 선영을 아내로 맞이하기로 결심, 상남자의 매력을 입증해 보였다. “날도 추운데 우리 같이 살까”라는 대사는 시대를 초월해 여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앞으로는 덕선의 남편이 택인지 정환인지 결정될 일만 남았다. 이날 예고에는 정환이 덕선에게 “옛날부터 말하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 다음 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쌍문동 이웃사촌의 사랑과 우정, 가족애를 그린 ‘응팔’의 이야기는 언제나 달콤하고 유쾌했다.
누구하나 빠짐없이 노련한 연기와 감동을 주는 대본, 연출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산 것이다. 그 때 그 시절을 산 우리에게 과거를 추억하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하게 피부에 와 닿은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