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응답하라 1988’의 원칙 있는 러브라인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1.09 09: 39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설명할 때 여자주인공의 남편을 빼놓고서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 시즌마다 만나볼 수가 있다. 이제는 가장 중요한 소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현재 인기리에 방송되는 ‘응팔’은 세 번째 시리즈임에도 가장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기에 그 관심도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11월 시작해 이제 단 3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응팔’의 남녀 주인공 러브 라인이 진전되지 않아 답답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은 익히 알고 있다. 하루 빨리 덕선의 남편이 택인지, 정환인지 궁금해 죽겠는데 일말의 기미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보통의 평범한 드라마였다면 조금은 올드하고, 진부한 러브 라인이 전개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응팔’에는 ‘응팔’만의 원칙이 있다. 극 중간이나 결말을 앞두고 덕선(혜리 분)의 남편이 결정돼 풋풋한 연애담이 펼쳐졌다면, 그저 그런 로맨스 드라마로 전락했을 것이다. 항상 예상치 못한 얘기를 들려주는 ‘응답하라’는 이번에도 로맨스에 있어 반전의 재미를 안겨줄 듯 보인다.

‘응팔’은 가족애와 이웃의 정, 그리고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이 적절히 배합된 코믹극이다. 시리즈1,2에 비해 세 번째 시즌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좀 더 비중 있게 그려졌기 때문에 젊은 청춘들의 로맨스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터다.
제작진은 지금껏 그래왔듯 철저한 계산 아래 가족과 러브라인을 적절하게 배합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여자주인공에 대한 남편 공개는 마지막으로 미뤄놓으며, 단순한 로맨스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신 쌍문동 골목에 사는 모든 인물들의 사연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잘 만들어진 가족극의 짜임새를 실감케 했다.
지난 8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 17회는 1989년 봄에서 1994년 가을로 흘러간 세월이 담겨 시선을 모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19살 수험생활을 거치고 어느새 24살 어른이 된 쌍문동 5인방의 모습이 눈길을 모았다. 이젠 남은 3회 동안 이들의 러브 라인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역시 덕선을 좋아하는 택(박보검 분)과 정환(류준열 분)이 고백을 하지 않고 속만 끓이고 있는 상황이 이어져 남편에 대한 궁금증을 배가시켰다. 그러나 택이 꿈속에서라도 덕선에게 키스를 하면서, 달달한 로맨스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안겨줬다. 특히 택을 경계하며 나쁜 놈이길 바라는 정환의 모습도 적잖은 웃음을 안겼다.
“이제 종영을 앞두고 있어 아쉽다”라는 소감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남편 공개가 답답하다” 혹은 “5년이 너무 급속도로 흘러갔다”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으나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를 피하고 싶은 시청자들에게는 ‘응팔’이 분명 좋은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purplish@osen.co.kr
[사진]'응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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