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쌍문동 친구들은 짝사랑을 가슴 속에 묻어둔 채 성인이 됐다. 정봉(안재홍 분)이 얘기해 준 종이학과 별똥별의 전설마저 사랑보다 강한 이들의 우정을 깨진 못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쌍문동 짝사랑의 전설이 완성됐다.
17회까지 달려온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덕선(혜리 분)을 사이에 둔 정환(류준열 분)과 택(박보검 분)은 사랑보다 우정을 선택했다. 서로가 덕선을 좋아하는 사실을 알고 섣불리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다.
8일 방송에서 정봉은 정환에게 "동생아 그거 아니? 별똥별의 전설을.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꼭 이뤄진대"라고 귀띔했다. 무심한 듯 굴었지만 정환은 남몰래 소원을 이야기했다. 멀리 보이는 택을 향해 "저 새끼가 나쁜 놈이었으면 좋겠어요"라며 홀로 속앓이했다.
정환이 택의 마음을 알 듯, 택 역시 정환이 덕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챈 상황. 그러던 중 택은 잠결에 덕선과 동침했고 그에게 키스했다. 다음 날 덕선은 별 일 없었다는 듯 굴었고 택은 그와의 키스가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다행이다"고 조용히 읊조렸다.
요즘 같은 시대엔 이들의 사랑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여자가 먼저 대시하는 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 요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팔'은 아날로그 시대의 순수하고 조심스러운 풋사랑과 우정을 먹먹하게 그려내고 있다.
덕분에 덕선을 짝사랑하는 정환과 택을 향한 시청자들의 애틋한 마음 역시 커지고 있다. 전작 '응답하라 1997'의 태웅(송종호 분), '응답하라 1994'의 칠봉(유연석 분)을 뛰어넘는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여심을 울리고 있는 것.
하지만 이제 쌍문동 5총사는 1994년을 건너가 24살이 됐다. 덕선은 스튜어디스가 됐고 정환은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택은 여전히 잘 나가는 천재 바둑 기사였다. 더 이상 우정을 위해 오랜 짝사랑을 고백도 못할 나이가 아닌 셈.
앞으로 남은 3회 동안 본격적으로 덕선 남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둘 중 한 명이 덕선의 남편이라면 나머지는 '쌍문동의 짝사랑 남'으로 남을 터. 누가 되어도 참으로 슬픈 전설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