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꽃미남의 대명사는 정.우.성.이다. 20년 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마디로 대.단.하.다. 그 옆에 서보면 안다. 신계와 인간계의 수준 차를 뼈저리게 느끼니까. 40대 초반에 멜로영화 주연이 가능한 배우도 흔치 않다. 김하늘을 파트너로 '나를 잊지 말아요'를 찍었고 제작까지 했다. 올 1월, 뭇 여성들의 탄성과 신음이 또 스크린을 적실 게 분명하다. 1980년대 후반 반포와 사당동 일대가 그랬듯이.
정우성은 중학생 때 나이를 속이고 불법으로 알바 취업(?)을 했다. 서울 사당동 서문여중고 인근 '인디안 햄버거' 가게였다. 정우성의 얘기인즉슨, 누나가 이 가게에 아르바이트 지원을 했다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열 받아서 찾아갔다는 것이다. 중 3 여름방학이었는데 주인에게 재수생이라고 했다. 벌써 180cm가 넘는 키에 조숙한 용모의 정우성은 그 자리에서 채용이 됐다.
본전치기 정도로 영업을 이어갔던 ‘인디언 햄버거’는 불과 한 달 새에 이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예나 지금이나 10대 소녀들의 정보력과 전파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초기에는 서문여중고와 인근 세화여고 여학생들이 당시로는 아주 값비싼 음식인 인디안 햄버거를 먹자고 몰려들었고 얼마 후 강남 일대까지 소문이 났다. 사당동 ‘인디안 햄버거’에 가면 진짜 잘 생긴 오빠가 한 명 있다고. 가게 앞은 예쁘게 꽃단장한 소녀들로 늘 북새통을 이뤘고 똑똑한 사장님은 정우성을 카운터 앞에 세웠다. 가게는 대박이 났다. 500원이던 시급을 800원까지 올려준 것도 모자라서 수십만원 보너스를 수시로 챙겨줬다.
하지만 그녀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오빠 오빠 부르며 환호했던 그 남자가 솜털 보송보송한 중학생 동생이었다는 사실을. 세화여고 출신으로 현재 유명 기획사 대표인 A씨도 그 시절 ‘인디안 햄버거’ 단골 중에 단골 이었다. 그저 오빠 한 번 더 보려고 떡볶이 몇 접시 먹을 돈을 모으고 모아서 ‘인디안 햄버거’로 달려가곤 했단다.
A씨는 1994년에야 진실을 알았다. 연예계로 나간 정우성이 영화 ‘구미호’에 출연하면서 오빠가 아닌 연하남이라는 사실을. 거기에 덧붙여 한 가지. ‘인디안 햄버거’ 시절 정우성은 코 옆에 매력점이 있었단다. 그 점이 얼마나 근사했던지 아직도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구미호’ 이후로 정우성 얼굴에서 점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단다.
정우성은 2년 전 기자와의 스타칼럼 인터뷰에서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로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사장님이 보너스도 자주 주고 쉬는 날 회식도 시켜주고 잘 해주셨어요. 방학 끝나서 그만뒀다가 중 3 겨울방학 때 하고 고등학교 올라가서 고1, 고2 여름방학 때 더 했어요. 이후에 학교를 나오면서 햄버거 가게와의 인연을 끝맺었죠. 그 때 막연하게 배우가 되고 싶다 생각했어요.”
이제 정우성은 톱스타이자 배우이고 제작자이며 연출의 꿈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비트','태양은 없다', '똥개'', '무사', '놈놈놈', '감시자들', '신의 한 수' '내 머리속의 지우개', '새드 무비', '데이지', '호우시절', '마담뺑덕' 등 숱한 화제작과 흥행작을 남겼다.
그 시절 정우성이 나이 속여 햄버거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정우성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