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제작진에 낚였다. 류준열이 혜리에게 고백하면서 그가 남편이 되는 게 아닐까 내심 기대를 했지만 장난이라면서 시청자들을 깜빡 속였다. 앞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여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를 걸어봤지만 오늘도 철저하게 당했다. 역시 고단수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에서 정환(류준열 분)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덕선(혜리 분)에게 고백을 했다. 공군사관학교 졸업 반지인 ‘피앙세 반지’를 꺼내들며 그간 마음 졸였던 속내를 진심을 다해 털어놓은 것이다.
고등학교 때 소개팅을 하지 말라는 말 이외에는 지금껏 좋아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그가 이렇게까지 감동적인 고백을 했는데 어쩐지 불안하고 걱정된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을 류준열)를 바라는 일부 팬들은 특히나 더했을 듯싶다.
정환의 고백은 감동적이었다. 고등학교 때 덕선과 함께 등교하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렸고, 독서실에서 귀가할 때까지 한숨도 못 잤다며 자신의 신경은 온통 덕선에게 쏠려있었다고 했다.
특히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보고 싶고 만나면 그냥 좋다. 옛날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나 너 진짜 좋아. 사랑해”라고 말한 부분은 심장을 떨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말을 다해놓고선 마지막에 동룡(이동휘 분)에게 보란 듯이 농담으로 웃어넘겨 버렸다. 결국 그의 고백은 한바탕 에피소드로 끝이 났다.
그가 주춤할 동안 택(박보검 분)은 덕선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양다리를 걸친 소개팅 남에게 바람 맞아 혼자서 이승환 콘서트를 보게 될 그녀를 위해 기원에서부터 부리나케 달려갔다. 정환보다 먼저 선수를 친 셈이다. 이를 본 정환이 자신의 첫사랑은 타이밍에 발목을 잡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결국 덕선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덕선은 정환에게 장난 고백을 받는 날, 레스토랑 문이 열릴 때마다 택인지 확인하는 모습에서 마음이 있음을 짐작케 했다. 정답은 이미연에게서도 찾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어른 덕선(이미연 분)의 모습이 깜짝 등장했는데, 남편(김주혁 분)이 인터뷰를 싫어한다고 언급했다. 이 말은 그녀의 남편이 택일 가능성을 높인 것. 앞서 한국기원 사람들은 택이 언론 인터뷰를 싫어해 자주 거절한 바 있다. 또 이미지를 생각해서 만화책을 그만 보라고 지시했는데, 이미지를 생각하라는 말은 바둑기사로서 체면을 지키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제작진이 던져준 여러 가지 정황을 맞춰보면 덕선의 남편이 택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응팔’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에 많은 사람들이 혈안이 돼 사소한 부분 하나라도 증거로 들이대며 남편을 택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많은 증거들이 포착됐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방송 분량이 이제 2회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제작진이 다음주에 또 어떠한 밑밥들을 던질지 모른다.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