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언이라는 캐릭터가 과연 지진희라는 배우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 그간 쌓아 온 지진희의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생명력을 갖게 된 최진언을 완성하는 건 그의 눈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눈빛으로 연기하는 배우 지진희는 오늘도 변함없이 여심을 흔들었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에서 최진언(지진희 분)은 아버지 최만호(독고영재 분)의 악행을 알게 됐다.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만호의 비밀이 궁금한 진언은 민태석(공형진 분)을 찾아갔고, 태석은 만호가 도해강(김현주 분)의 아버지를 죽였는지 아닌지에 대한 진실은 당사자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확실한 건 친구가 개발한 쌍화산을 뺏었다는 거다. 그것도 친구가 죽은 다음 날”이라며 “도변호사 아버지가 피땀 흘려 개발한 쌍화산으로 천년제약이 시작됐다”라고 덧붙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진언은 충격에 빠졌다.
자신의 아버지가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가 개발한 약을 빼앗아 회사를 일으키고 심지어 그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된 진언은 해강에 다가가기를 주저했다. 그럼에도 진언은 습관처럼 해강의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해강을 향해 “오지 마, 다가오지 마”라며 밀어냈다. 하지만 내뱉는 말과 달리 해강을 바라보는 진언의 눈빛은 여전히 사랑으로 가득했고, 이제는 그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망설임 등이 더해져 더욱 애절해져 있었다. 이어 술에 취한 해강이 걱정된 진언은 그의 뒤를 쫓았고, 결국 현관문 앞에서 잠이 들어버린 해강을 부축해 침대에 뉘였다. 다정한 손길로 해강의 외투와 신발을 벗기고 마실 물을 침대 옆에 가져다놓은 진언은 우연히 화장대 위에 놓인 가족사진을 발견했다. 그 사진 안에는 자신과 해강, 그리고 은솔이 밝게 웃는 모습이 담겨있었고, 이를 본 진언은 사진을 품에 안은 채 오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후 진언은 회사 주차장에서 해강과 마주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아 온 해강이 자신의 차에 광고 전단지를 끼워 넣으려는 남자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본 진언은 고민에 빠졌다. 진언은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미동도 않은 채 한참을 바라봤고, 이런 그에게 해강이 다가왔다. 애틋하고 애절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 진언에게 해강은 애써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 냉랭하게 대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하면서도 슬픈 얼굴을 하는 진언을 향해 해강은 걱정스런 마음을 드러냈고, 진언은 “우리 외국 나가서 살까”라며 “최대한 먼 나라로 가자. 행복하게 해줄게. 내가 매일매일 행복하게, 매순간 행복하게. 가자, 해강아. 떠나자, 우리”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갑작스런 진언의 말에 당황한 해강은 “퇴근하고 얘기하자”며 그를 달랬고, 진언은 그런 해강을 끌어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의 악행을 알게 된 진언은 해강을 밀어내려했지만 그의 눈빛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어지럽게 흔들리는 마음에도 진언의 눈은 언제나 해강을 향해 있었고, 그 눈빛엔 진실 된 사랑이 가득했다. 백 마디 말보다 많은 서사를 담고 있는 그의 눈은 중저음의 목소리와 진중한 말투, 듬직한 외모 등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렇게 완성된 연기는 진언의 감정을 고스란히 브라운관 너머로 전달하며 보는 이들을 설득시켰다. 거부할 수 없는 눈빛을 가진 배우 지진희. 최진언을 비롯해 앞으로 다양한 작품 속 캐릭터를 생동감 넘치게 그려낼 그의 연기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바다.
한편 '애인있어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