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주차에 100만 관객 돌파의 축포를 쐈다. 그런데 이 영화? 흥행하면 할수록 관객의 분노는 커져만 간다. '셜록: 유령신부' 이야기다. 수입사나 홍보사는 이를 영화라고 말하면서 극장 상영중인데 보고 나온 관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TV용이잖아. 속았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도대체 무슨 문제일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셜록:유령신부'는 2일 하루 동안 9만3588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108만5904명을 기록했다. 박스오피스는 5위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관객 동원력을 과시하고 있다. 개봉 첫 주말에는 주위의 예상을 깨고 박스오피스 선두 싸움을 벌이는 기세를 과시했다.
셜록 홈즈는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유명한 소설 속 명탐정으로 손꼽힌다. 최근 BBC 시즌제 드라마 '셜록'의 인기를 타고 국내에도 마니아 팬들이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도 제작돼 수 년 전 극장가에서 상영됐다.
'셜록:유령신부'는 BBC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수입사와 홍보사가 뭐라고 하건 간에 드라와와 연결해서 봐야 내용을 쉽게 파악하고 재미도 배가될 수 있다. 하지만 이걸 그냥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해 극장가서 값비싼 티켓 끊은 사람들은 욕이 절로 나오게 된다. 스토리 전후 연결은 커녕, 무슨 아이돌그룹 팬영화 상영도 아닌데 배우 인터뷰 등 DVD 특별판 부록에나 등장할 법한 내용들로 러닝타임 15분 가량을 잡아먹는다.
한 마디로 셜록 스핀오프거나 시즌 4에 앞선 0회 맛보기거나 특별판에 가깝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면 흠 잡을데 없는 셜록 극장판임에 분명하다. 셜록 드라마 팬들이 '셜록:유령신부'를 보고 환호하는 배경이다.
당연히 이를 몰랐던 영화팬들은 시간 버리고 돈 버리고 덤으로 마음의 상처까지 입는다. 인터넷 댓글들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에 대해 '셜록' 측 입장 표명은 기가 차고 숨이 멎을 정도다.
한 관계자는 OSEN과의 통화에서 "팩트에 대해서만 홍보를 한 것"이라며 "전단이라던지 메일링에는 영화에 대한 공지가 다 돼 있다. 영국 BBC에서 방송이 나가고 그 시점에 맞춰 개봉한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번 '셜록' 극장판은 우리나라말고도 미국에서도 오는 5일 개봉 예정이며 중국은 유료 개봉에 들어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BBC가 전세계적으로 극장판으로 기획한 것이다. 현재 상영 중인 '셜록'은 BBC에서 방송됐던 것이 맞고, 대신 시크릿 영상이 15분 포함돼 있다. 그것은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맞다. (우리도)BBC에서 내려오는 대로 홍보 방향을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마음대로 막 방향을 바꾸고 이럴 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요즘 영화 관객들이 메일링으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고 선택하는 지는 기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BBC 홍보 방침이 한국 관객들을 기만하더라도 무조건 따라야되는 지상 과제인 것을 처음 들었다. '왜 영국 신사가 먼 나라까지 와서 사기치냐'는 관객들 원성을 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을 정도다.
'셜록:유령신부' 포스터나 홍보물에는 BBC 로고가 조그맣게 찍혀 있다. 부동산 계약서도 아니고 누가 그것까지 꼼꼼히 챙겨봤을 지는 궁금하지만서도. 또 홍보사 말대로 이 TV 특별판 또는 극장판(?)을 "BBC 셜록 드라마 시즌 1부터 3까지를 봐야만 내용 파악이 쉽다"고 친철하게 설명할 이유는 더 더욱이 없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고 사기도 아닌 셈이다.
그렇지만 도의적으로는 어떨까.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객들에게는 2시간 남짓 '셜록:유령신부'와의 만남이 소위 '멘붕'이거나 '숙면'이었던 것을. /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