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응팔’ 박보검이 운명을 만든 순간들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10 12: 30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속 덕선(혜리 분)의 남편 찾기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이제 이 드라마에서 반전이란 가위바위보를 할 때 무엇을 낼 지 계산하는 것만큼 의미가 없어진 듯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더니, 최택(박보검 분)의 직진이 결실을 맺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보다 한 발 앞서 덕선에게 온 택을 본 정환(류준열 분)은 말했다. “운명의 또 다른 이름은 타이밍” 이라며 “내 첫사랑은 거지같은 타이밍에 발목잡혔다”고. 힘겹게 용기를 내어 덕선에게 가려고 하면 이미 먼저 와 있는 택을 정환은 숱하게도 봐 왔다. 운명이 택의 편이라면 맘껏 미워할 수나 있게 나쁜놈이길 기도했는데 그조차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정환은 덕선과 택을 등지고 돌아오는 길에 뉴스 한 토막을 듣고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충격에 사로잡혔다. 택이 그 시간 덕선의 앞에 서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알게된 것이다. 덕선과의 잠깐을 위해 프로 입단 이후 최초의 기권패라는 불명예를 선택한 택을 떠올리며 정환은 생각을 고쳤다. 운명이고, 타이밍이고 그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덕선이 간절했던 택은 항상 주저없이 포기했고, 망설임 없이 결정해 왔다. 이러한 정환의 깨달음은 “난 더 용기를 냈어야 했다”는 자책으로 이어져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택은 항상 중요한 순간 덕선의 곁에 있었다. 택은 덕선이를 좋아하냐는 친구들의 놀림에 한치의 고민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고, 선우(고경표 분)을 향한 첫사랑이 깨져 실의에 빠진 덕선에게 과감히 영화를 보자고 말했다. 돈까스를 먹다 화장실에 간 덕선의 뒤를 곧장 따라가 우는 것을 달래 줬던 것도 택이다. 대국을 앞두고는 ‘쌍문동 희동이’도 간데 없던 싸늘한 눈빛을 하고 있던 것도 오로지 덕선과의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중이 필요한 탓이었다. 갑자기 손을 붙잡고, 머리를 기대고, 팔을 감싸 안는 박력은 모두 차치하고라도 택은 덕선에 대한 마음을 항상 표현하고 또 표현했다. “덕선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만큼 짜릿한 고백이 또 있을까.
친구들이 부를 때면 언제나 덤덤하게 “일찍 끝나면 갈게”라고 말하던 택이 일찍 오기 위해서, 대국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이었을지. 대국 후에야 겨우 세수를 하던 택이 이번엔 경기 직전 얼굴을 씻었다. 프로 데뷔 이후 최초의 기권패라는 불명예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괜한 자존심에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이승환 콘서트장에 갔을 덕선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응팔’이 아직 한 번도 택의 시점을 보여준 적이 없어 그 애틋함과 간절함이 아직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가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이라는 말을 직접 증명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은 택의 이 같은 선전에도 정환이 남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9일 방송된 18회 말미를 보면 정환의 애절함도 만만치 않다. 이제는 누구의 편도 들 수가 없는 이유다. 출연진과 제작진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응팔’의 결말, 잠자코 다음주를 기다려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응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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