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이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여전히 혜리의 남편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5년 전과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박보검의 성장과 한결같은 사랑법은 시청자들의 무한 지지를 얻고 있다.
1988년 쌍문동의 한 골목, 다섯 가족 이야기를 다룬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은 지난 8일 방송된 17회 말미부터 1994년, 성인이 된 쌍문동 5인방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택(박보검 분)의 생일을 맞아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택의 방에 모여 수다를 떨었다. 거절할 줄 모르는 택은 여러차례 소개팅을 했지만, 제대로된 연애를 하지 못했다. 이는 정환(류준열 분) 역시 마찬가지. 두 사람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덕선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랑 고백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건 택의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택은 바둑 밖에 모르고 살았던 과거와는 달리 소개팅을 하는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술도 마셨다. 또 덕선의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던 택이는 운전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덕선이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등 흘러간 시간 동안 변화된 모습을 조금씩 보여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덕선의 소개팅남이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택은 대국까지 포기하고 덕선에게 달려갔다. 이는 신호등으로 인해 놓친 타이밍을 원망하던 정환에게 '주저 없는 포기와 망설임없는 선택이 타이밍을 만든다'는 깨달음을 얻게 했다.
앞서 택은 정환이 덕선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고는 덕선에게서 한발짝 물러났었다. 대국에서 이긴 뒤 덕선에게 고백하기로 했던 마음을 접은 것.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전부와도 같았던 바둑을 과감히 내려놓고 덕선을 선택했다.
운전은 하지만 주차는 못하고, 소개팅은 하지만 말은 잘 안 한다는 택의 다른 듯 달라지지 않은 모습은 남자답게 덕선에게 다가선 그의 선택과 맞물려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방송 말미 첫사랑을 끝낸 정환의 고백과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덕선의 남편 정체로 인해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치솟고 있지만, 18회 동안 박보검이 차곡차곡 쌓아온 택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편 찾기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응팔'을 통해 발견된 배우 박보검이 어디까지 성장하게 될지 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