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골든 글로브가 오늘(10일, 현지시각) 열린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약 한 달 전 열리는 이 시상식은 아카데미 못지 않은 영향력과 권위를 갖고 있다. 또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있어 아카데미의 예고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유수 언론을 비롯 영화 전문가들은 골든 글로브의 결과로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하기도 한다.
골든 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영화 부문과 TV 부문으로 나뉘어 수여된다. 올해 골든 글로브가 영화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린 작품은 총 10편이다. 드라마와 뮤지컬 코미디로 나뉘어 각 5편씩 선정된 후보작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후보로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작품들이다. 현재 아카데미와 더불어 미국 내 영화·방송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상식인 골든 글로브의 이모저모를 세 가지 항목으로 정리했다.
1. 정말 영향을 주긴 하는 거야?
실제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의 결과는 결정적인 상에서 겹치는 때가 많았다. 지난해 제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에디 레드메인('사랑에 대한 모든 것'), 여우주연상을 받은 줄리안 무어('스틸 앨리스'), 남우조연상을 받은 J.K.시몬스(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패트리샤 아퀘트('보이후드'), 감독상을 받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버드맨') 등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그대로 같은 상을 받았다.
이는 그보다 한 해 전 제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당시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노예12년'을 비롯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매튜 맥커너히('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여우주연상의 케이트 블란쳇('블루 재스민'), 남우조연상 자레드 레토('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등이 그대로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같은 상을 받았다. 다만, 당시 골든 글로브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역시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이 불발되며 아쉬움을 안았다.
지금까지의 경향을 보면, 골든 글로브의 드라마 부분에서 수상을 한 배우들은 아카데미에서 남녀주연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작품상이나 감독상 같은 상들은 때때로 다를 때가 있지만, 대부분의 수상이 비슷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 그래서 올해의 유력 후보들은?
올해 골든 글로브에서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 된 작품은 영화 '캐롤'(토드 헤인즈 감독)이다. '캐롤'은 1952년 뉴욕을 배경으로 부잣집 여주인 캐롤(케이트 블란쳇)과 백화점 직원 트리스(루니 마라)의 관계를 그린 레즈비언 로맨스. 드라마 부문 작품상, 여우주연상 2명(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감독상, 음악상까지 총 5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 밖에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가 4개 부문(드라마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음악상)에, '스티브 잡스'(대니 보일 감독)가 4개 부문(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빅쇼트'(아담 맥케이 감독)가 4개 부문(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 2명(크리스챤 베일, 스티브 카렐), 각본상)에 이름을 올리며 유력한 작품들로 점쳐지고 있다.
노미네이트 빈도와 상관없이 작품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스포트라이트'(토마스 맥카시 감독)다. 2002년 아동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미국 매사추세츠주 카톨릭 교회 이야기를 파헤쳐 퓰리처상을 수상한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작품은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굵직굵직한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올랐다.
3. 그 밖에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 출신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영화 '유스'의 OST '심플송'이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것이 일찌감치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심플송'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도 주제가 부문 후보에 지명된 적이 있는데, 골든 글로브에서 수상을 할 경우 아카데미 수상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만약 아카데미에서 수상의 영광을 누린다면 조수미는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무대에 서는 것이 될 것이므로, 골든 글로브에서의 수상도 기대를 모은다.
'유스'는 은퇴를 선언하고 스위스의 고급 호텔로 휴가를 떠난 세계적 지휘자 프레드에게 그의 대표곡 '심플 송'을 연주해 달라는 여왕의 요청이 전해지지만 그가 거절하면서 밝혀지는 뜻밖의 비밀에 관한 영화. '심플 송'은 퓰리처 상에 빛나는 미국의 음악가 데이비드 랑이 작사 및 작곡한 아름다운 멜로디에 '천상의 목소리'로 통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음색이 더해진 곡으로 극 중 은퇴한 지휘자 프레드의 대표곡으로 등장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도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이슈 중 하나다. 지난해 골든글로브에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통해 한 차례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디카프리오는 같은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에게 남우주연상을 내줘야했다. 이번에는 아카데미 승률(?)이 높은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인만큼, 그가 수상에 성공한다면 연기 인생 최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더 가까워지게 될 예정이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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