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허경환(35)은 대표적인 ‘몸짱’ 스타다. 다부진 체격의 그가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 해병대 편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은 ‘에이스 병사’로 맹활약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실제로 그는 대한민국 1%만 간다는 해병대 수색대대에 합격했다.
다만 시청자들이 예상 못한 장면이 있었다. 그가 생각보다 겁이 많다는 것. 고소공포증을 호소하고, 전투 수영에서 고전할 때 우리가 알고 있던 허경환의 모습과 혼동이 있었다. 개그맨이기 때문에 혹시나 웃기려고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다.
“많이들 제가 운동을 잘해서 해병대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생각보다 둔하더라고요. 잘 따라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웃긴 장면이 나왔죠. 집중하지 않으면 다치기 때문에 훈련을 장난으로 여긴 적은 없어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군대에서 훈련을 받는 것은 진짜니까요.”
험한 훈련을 받을 때마다 허경환은 주저했다. 두려움이 컸던 까닭에 교관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허나 그는 결국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제가 나이가 많잖아요. 민방위 5년차예요.(웃음) 무섭긴 한데 또 그걸 얼굴에 드러내긴 싫은 거죠. 여러 생각이 들어요. 다리에서 뛰어들 때 내가 이 나이 먹어서 왜 여기 서있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아마 표정이 오묘했을 거예요. 무서운데 다칠까봐 집중해서 훈련을 받기는 해야겠고, 그렇다고 무서운 것은 무서운 거죠. 그래도 해병대 교육단 촬영 때는 아무 것도 몰라서 그냥 했는데, 두 번째 수색대대 촬영 때는 정말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있었어요. 원래 알면 더 무섭다고 하잖아요. 그래도 무섭다고 약한 행동을 해서 웃기고 싶진 않았어요. 훈련은 제대로 받았죠.”
허경환은 남자다운 성격이다. 자존심도 센 편이다.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면서 성장을 꾀하는 성격이다. 누군가 먼저 포기를 했으면 따라서 포기를 했을 수도 있다고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의 자존심상 그게 허락되지 않았을 사람이다. 목봉 체조를 할 때 너무 무거워서 떨어뜨리고 싶었지만, 아무도 떨어뜨리지 않아서 끝까지 버텼다.
“수많은 훈련병이 있는데 연예인이라고 편하게 한다고 생각할까봐 더 열심히 했어요. 친구들도 ‘진짜사나이’에 대해 많이 물어봐요. 실제로는 편하게 하고 방송에서만 힘든 척 편집하는 것 아니냐고요. 정말 아니에요. 해병대는 우리 연예인한테 관심이 없어요.(웃음) 해병대 훈련 그 자체를 그냥 해야 해요. 사실 첫날부터 다리 위에서 뛰어들 줄은 몰랐죠. 조금 연습을 하다가 말 줄 알았는데 해병대는 무조건 실전이더라고요.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군말 없이 훈련을 받다가 왔어요.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제가 첫 번째 낙오를 할 수는 없었어요. 문제는 아무도 낙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낙오를 하지 않았죠. 저는 꼴등만 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웃음)”
비록 프로그램 출연이었지만, 군대 체험은 허경환에게 큰 변화를 이끌었다. 이른 아침 인터뷰를 위해 만난 허경환에게 “아침부터 힘들게 인터뷰를 하게 됐다”라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자, “이건 힘든 일도, 이른 아침도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해병대를 다녀와서 배운 게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신체의 한계보다 3배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평소 힘들다고 생각하는 일이 군대에서는 더 할 수 있는 일인 거죠. 지금 이렇게 편안하게 대화를 하는 것도 행복해요.(웃음) 훈련소에서는 물도 제가 마시고 싶을 때 못 마시니까요. 프로그램 녹화를 할 때 예전에는 예정된 시간보다 길어지거나 추가 녹화를 하면 불평도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대기실에 앉아서 그냥 기다려요. 일을 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거죠. 다른 사람들이 힘든 것도 알게 됐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오늘 여기 오면서 많이 춥기에 매니저에게 춥다고 말을 했어요.(웃음) 겨울 바다에도 들어갔지만 추운 것은 추운 거더라고요.(웃음) 그래도 힘들 때마다 훈련받던 생각을 하면 편안해져요.”
허경환에게 또 다시 ‘진짜사나이’ 출연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해병대라서 출연한 거예요. 만약에 특수한 부대라면 또 출연을 하고 싶을 것 같긴 해요. 제게 뭔가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면요. 해병대를 들어갈 때 진짜 군대를 가는 느낌이었어요. 누군가는 고작 일주일 촬영인데 유난떤다고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해병대 구호 중에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난 해병이 되지 않았다’는 구호가 있어요.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 jmpyo@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