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환 “나만 보면 웃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 [인터뷰③]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1.13 14: 46

개그맨 허경환(35)은 올해 데뷔 10년을 맞았다. 정식 데뷔는 2007년 KBS 공채 개그맨 22기였지만, 1년 전 엠넷 ‘톡킹 18금’에서 입담을 뽐내며 방송가에 발을 디딘 것까지 하면 10년이 됐다. ‘개그콘서트’를 통해 스타가 된 허경환은 현재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님과 함께-최고의 사랑’, MBC ‘일밤-진짜 사나이’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벌써 10년이 됐나 싶어요. 별로 한 게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무 생각 없이 활동을 한 게 5년 정도 된 것 같고요. 시간이 뭉텅뭉텅 흘러간 느낌이에요. 최근에 ‘개그콘서트’ 때 찍은 사진을 봤어요. 그때는 제가 개그밖에 생각을 하지 않을 때였어요. 지금에서야 개그만 하지 말고 취미생활도 가질 걸 그랬나 싶기도 하죠. 그런데 지금 제가 버티고 있는 것도 그때 개그만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서울에 올라온 후 때마침 오디션 기회를 잡았다. 그 프로그램이 바로 ‘톡킹 18금’이었다. 대선배 신동엽이 진행을 본다기에 덜컥 지원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이후 ‘개그콘서트’에서 뻔뻔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에서 오는 친근한 입담, 그리고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지며 허경환은 유명 개그맨이 됐다. 허경환은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성격이다.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 그리고 무던한 노력이 지금의 허경환을 만들었다.

“가끔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할 기회가 생겨요. 학생들에게 ‘평생 너와 같이 갈 사람은 친구도 아니고 너 자신이다’라는 말을 하죠. 전 신체는 정신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라고 생각해요. 제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채찍질을 많이 해요. 제 스스로에 대한 칭찬도 박하고요. 제가 방송에서 웃기지 못했을 때 언제까지 기회가 오겠냐고 저를 탓하죠. ‘해피투게더’를 2년간 패널로 출연했어요. 5시간 녹화 동안 단 2마디 밖에 던지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면 명상의 시간을 가졌어요. ‘뭘 잘했다고 지금 놀 때야?’라는 식인 거죠. 제가 잘하지 못했어도 2년간 출연한 것은 제작진이 그런 저의 노력을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죠.”
많은 개그맨들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MC에 대한 꿈이 있다. 허경환 역시 진행에 대한 욕심이 있지 않을까. 여느 남자들처럼 성취욕도 있는 그니까 MC로 성장하고 싶은 꿈이 있지 않을까.
“마인드의 차이인 것 같아요.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패널이든 MC든 상관 없죠. MC이든 패널이든 제작진이 저를 그 자리에 앉힌 의도가 있을 거예요. 저는 그 의도를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재밌거나 유명한 사람이 옆에 있으면 마음 편히 가지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어요. 누가 있든 간에 전 제 몫을 해야 하는 거죠. TV를 보면 가끔 제가 말을 못하는 것처럼 나올 때가 있어요. 녹화장에서 농담을 3번 던져서 1번 나오는 게 낫냐, 10번 던져서 2번 던지는 게 낫냐라는 생각을 해봤을 때 후자가 맞다고 봐요. 그래서 일단 전 무조건 농담을 던지고 제작진의 판단에 맡기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허경환은 꾸준히 음반을 내고 있다. 지난 해에는 세이와 함께 허세라는 그룹으로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허세의 노래인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담은 이야기였다.
“세이와는 친한 사이죠. 저 때문에 세이가 업적에 손해를 봤어요.(웃음) 전 제가 좋아서 음악을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냥 꾸준히 앨범을 내자고 했는데 그렇게 못 하고 있죠.(웃음) 세이는 절 너무 과대평가를 했나 봐요. 잘 되지 않은 것에 충격을 받은 거죠. 너무 미안해요. 전 그냥 즐거워서 음악을 하는 거라서 잘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가 예능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목표는 소박하다. 꾸준히 방송 활동을 하는 것.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계속 활동을 하는 게 목표다.
“연예인들은 아무래도 인기가 없어지는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어요. 전 인기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그냥 지금처럼만 방송 활동을 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연말 시상식에서 작은 상이라도 받고 싶어요. 큰 상 말고 작은 상이어도 좋아요. 상 욕심이라기보다는 그만큼 제가 열심히 했다는 공로를 인정받는 거니까요. 이제 연초니깐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요? 가끔 길을 지나가다보면 ‘허경환이다’라고 말하면서 웃는 분들이 있어요. 그게 제가 원하는 목표인 것 같아요. 저를 보고 웃는다면 기분이 좋아요. 박장대소가 아니더라도 저를 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아요.” / jmpyo@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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